이빨 빠진 호랑이가 사는 법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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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2.20
2009-02-20(금) 전도서 9;1-10 ‘이빨 빠진 호랑이가 사는 법’
요즘은 거의 24 시간을 아내와 함께 지냅니다.
집이 좁으니 살을 부비며 살아야 하고
좁은 포장마차에서도 어깨를 맞대고 일을 합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종자돈만 마련되면
미련 없이 떠나리라는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인데
한 꺼풀씩 교만의 껍질이 벗겨지고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각의 눈이 뜨여지니
자식의 부족과 연약을 잘 아시는 아버지께서
믿음의 모양과 수준에 맞춰 부어주시는
맞춤 은혜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어제도 아내를 통해
나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시는 일이 있었습니다.
손님이 뜸한 시간에 아내와 대화를 나누던 중
가볍게 던진 아내의 농담을 통해
나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야
이빨 빠진 호랑이...
아내에게 호랑이 노릇 하던 시절에는
할 일이 넘쳐나도 힘든 줄 모른 채
부르는 곳을 찾아 세상이 좁다고 뛰어다녔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세 평 포장마차에 갇혀
인생 걸음마부터 다시 배우는 요즘
여전히 호랑이로 살고 싶은 알량한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는데
이빨이 빠지니 으르렁거릴 힘도 없고
아픈 무릎으로는 뛰어다닐 세상도 없으니
좁은 포장마차가 조금도 답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내 믿음의 수준을 아시고, 실족할세라
작은 그릇에 넘치게 부어주시니
썩은 고기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로 살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아내 앞에 귀여운 고양이로 살라 하시니
내 헛된 평생의 모든 날
곧 하나님이 해 아래서 내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아내를 사랑하는 법을 비로소 깨달아
나는 정말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당신이 째려보기만 해도 나는 무섭고 슬프다고
있는 대로 엄살을 부림으로
지난 날 내게 당한 압제의 시간들을
보상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순간순간 치밀어 오르는 강퍅함이 아직 남아 있지만
이제, 생존을 위해 참을 줄 아는 인내도 생겼습니다.
농담으로 가볍게 던지던
‘늙고 힘 빠지면 그 때 보자’는 아내의 말이
이제 무서운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비굴 모드가 아닌 성령표 깜찍 모드로
아내와의 사랑을 회복하기 원합니다.
더 지혜로운 방법으로
아내 앞에서 재롱부리며 살기 원합니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사는 법을 깨닫게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