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 있어야 되는구나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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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2.09
2009-02-09(월) 전도서 2:18-26 ‘줄이 있어야 되는구나’
예정대로라면 아들은 지금 이 시간
군악대 실기 시험을 보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기 시험을 포기한 이유는
이미 내정자가 있다는 군악대 선배의 귀띔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가야 한다고
온전히 믿는 마음으로 할 일은 하고 결과는 아버지께 맡겨야 한다고
그리고 결과에 순종함으로써 아버지께 영광 돌려야 한다고
어떤 결과도 아버지의 인도하심임을 믿을 때
내가 차지할 땅에 대한 언약을 주실 거라고 말했어야 하는데
화가 나서, 온유하게 권면할 자신이 없어서
직접 말하지 못하고, 아내를 통해
제 소견에 옳은 대로 하라는 무책임한 말을 전했습니다.
‘줄이 있어야 되는구나...’ 혼자 중얼거린 아들의 말이
마치 아비 들으라고 한 말 같았습니다.
‘우리 아빠는 줄이 없어서 군악대도 못 가는구나’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어떤 언약을 주셨는지
어떤 믿음이 있어야 땅을 차지할 수 있는지
나의 믿음을 어떤 모습으로 증명해야 하는지
내가 십자가 앞에서 어떻게 죽어지고 쪼개져야 하는지
저도 듣고 깨달았을 텐데
세상의 그 허접하고 더러운 줄이 생명줄이라도 되는 양
아무것도 없다고 스스로 낙심하여
아비 가슴에 못을 박다니...
가장이 변하는 게 가족이 땅을 차지하는 거라는
목사님 말씀이 리뷰되어 귓전을 때립니다.
온유한 마음으로
담대히 증거하며 아들을 권면해야 했습니다.
그게 사랑인데
나는 여전히 세상이 두렵고
여전히 변하지 않는 내가 두려워
온우하게 변했음을 보여줄 자신이 없어서
아들 앞에서 입을 닫음으로
나를 속이고 말았습니다.
의로 여겨주실 믿음이 있는 줄 알았지만
행위만 앞세우는 내 믿음의 실체를 보았습니다.
24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가운데서 심령으로 낙을 누리게 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나니 내가 이것도 본즉 하나님의 손에서 나는 것이로다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가운데서
하나님이 주시는 참 기쁨을 누리려면
복의 근원이 하나님의 손임을
모든 기쁨이 하나님의 손에서 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말씀을 증거하며, 아들과 대화하며 느꼈어야 할 거룩한 기쁨도
하나님의 손에서 나는 것임을 깨닫지 못하여
하나님께 온전히 의뢰하지 않은 채
내 열심으로 하려 했음을 고백합니다.
아직도 살아 있는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아들에게 전했어야 할 하나님의 사랑과
그 사랑에 감사하며 느꼈어야 할 충만한 기쁨을
스스로 포기하고 만 것임이 깨달아집니다.
따로국밥 같은 내 믿음의 실체를 보여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공복의 아린 가슴을 쓴 커피로 달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