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줄 알면서도...
작성자명 [오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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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2.08
생각없이 시장 근처를 지나가는데
각종 나물들과 호두니 땅콩등이 즐비하다.
아 보름인가?
내 생일은 음력으로 대보름 하루 전
그러고 보니 오늘이 내 생일이다.
아무도 기억해 주는 이 없는 내 생일...
성경에 보면 고아와 과부를 똑같이 불쌍한 동류로 두는데
오늘 같은 날은 참 실감난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텅 빈 집에 혼자 있는데
전화가 온다.
전도사님이다.
네이트온에 새 주소록 입력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신다.
알려드리니
음 역시... 하고 신나게 끊으신다.
조금후에 띠리릭 문자가 온다
또 전도사님이다
문자 내용은
오승은
달랑 이 세 글자...
필경 주소록에 입력하시다가 문자 전송을 잘못 누르신게다.
집 나간 남편이 혹시 내 생일 기억하고 전화라도 한 통 해줄까
문자라도 한 통 보내줄까 내심 기대하던 내게
전도사님의 실수도 그냥 웃어넘기기엔 가슴이 아프다.
모든 것이 헛되다고 하는데...
해 아래 모든 것은 다 헛된 것이라고 하는데
바람을 잡는 것 같은 세상의 모든 일들이 아직도 내게는
그냥 쉽게 내려 놓게 되질 않는다.
난 늘 습관처럼 말했다
내가 뭐 큰 거 바래?
따뜻한 말 한마디, 힘들 때 살포시 잡아주는 손길 하나
사랑한다는 느낌이 통하는 거...
그런데 이제 보니 그게 왜 작은 일이란 말인가
본디 악하고 이기적으로 태어난 인생들이
누가 누구를 위로하며
누가 누구에게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있단 말인가...
헛되고 헛되지만 지혜자라기보다
우매자인 내게
지혜나 우매나 매양 일반이라는 말은 오히려
위로로 다가온다.
죽음 앞에서 저나 나나 다 똑같이
후일에는 다 잊혀질 존재라는 것이...
살다가 그냥 잊혀져 버리는게 하나도 아쉽지 않다.
아니 오히려 누구도 나를 기억해 주지 않았으면 하는 수치스런 인생이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붙들고 살면서
그 이후의 삶에 소망을 주신 하나님은
누가 뭐래도 내겐 공평하신 하나님이시다.
하지만 오늘은 내 생일이다.
모든 것이 다 헛된 것이지만
그래도 오늘 나는 서글프다.
헛된 줄 알면서도 아직도 나는 세상의 위로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