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의 위안
작성자명 [김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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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2.06
전도서1장 1절~11절
만일 내게
오늘 하루만 주어진다면
돌아가신 아버지 무덤에 다녀오리라
말없이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신 분
살면서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하여
자식에게 했던 약속을 끝까지 지키신 분
내 아버지께 달려가
보라빛 라일락 꽃 무덤 가득히 놓고
실컷 흐느끼며 울다가 오리라
만일 내게
오늘 하루 주어진다면
딸 아이 손잡고 많은 입양부모들을 만나리라
다른 이를 품는법을 가르쳐준 사람들
지독하게 이기적인 나 같은 사람도
때로는 조건없는 사랑을 할 수 있음을
한 여린 생명이 한 가정을 만나는 과정을
가슴 떨리게 지켜보는 그 축복의 시간들을
마음껏 축하하며 맛보고 오리라
만일 내게
오늘 하루 주어진다면
엄마랑 팔짱끼고 아주 작고 예쁜 찻집에 가리라
자로 잰듯한 반듯한 살림살이
흰 벽에 액자 거는 법을 가르쳐 준 분
부모복은 있었지만 자식복은 없다고 농담도 해드리며
얼마나 엄마를 닮고 싶어했는지
얼마나 엄마에게 칭찬받고 싶었는지
짧은 내 인생 죄송함과 송구함을 용서 받으리라
만일 내게
오늘 하루 주어진다면
까마득히 잊혀진 내 첫 사랑 찾아가 보리라
그 때는 너무 어려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음을
그저 현실이란 커다란 산 앞에 도망치기 바빴던,
세상을 안기엔 너무 작고 초라했던 우리들의 자화상
이젠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너무 많은 나이
그저 한번만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미안하다 속으로 되내이며 돌아오리라
만일 내게
오늘 하루 주어진다면
선교사로 평생을 살아가는 내 친구에게 가리라
남편도 자식도 없이
한 분뿐인 그 분과 기꺼이 평생을 약속하고는
기쁨으로 오지에 들어가 곱게 늙어가는 그 친구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살아가는 그녀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건 한 웅큼의 기도,
내 아들들에게 너의 여생도 부탁했다며 진담도 건네리라
만일 내게
오늘 하루 주어진다면
우리 아들들을 위해 파티를 열어주리라
늘 딸에게 치여 자기들의 생일은 말없이 보낸 아들들
오색풍선 장식하고 좋아하는 초콜릿 케익도 굽고
나보다 키가 더 큰 아들들 손잡고 춤을 추리라
초대받은 소녀들 중에 며느리감 들도 살펴보고
아주 겸허하게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하며
야곱의 고백으로 축복을 더해주리라
만일 내게
오늘 하루 주어진다면
남편을 위해 정성껏 저녁상을 준비하리라
오랜만에 밥 두 그릇 비우는 남편을 지켜보며
식사가 끝난 뒤엔
아주 조촐하게 와인을 나누리라
내 삶의 보석이었던 사람
전부이기도 했지만 타인 같기도 했던 시간들
그렇게 감사하며 사랑을 고백하리라
만일 내게
오늘 하루가 주어진다면
교회에 나가 믿음의 식구들과 함께 하리라
질펀한 내 슬픔의 눈물 닦아준 분들
믿음을 실천하는 법을 가르쳐준 고마운 분들
가족보다 형제보다 더 진하게 사랑을 가르쳐준 분들
날 향해 늘 내밀었던 그 따스한 손들
한 번씩 만져보리라
그리고 가슴으로 안아보리라
만일 내게
오늘 하루가 주어진다면
기도의 집 홈리스들과 함께 하리라
지독하게 가난하지만 부자인 사람들
어렵지만 소박하게 늘 미소짓는 사람들
커다란 햄, 치즈, 갖 구워낸 빵으로 저녁을 함께 하리라
실천신학이 무엇인지 신학적으로 오만한 내게
삶으로 예배로 주님을 보여준 믿음의 사람들
존경심과 성결함이 저절로 우러러 나오는 곳
만일 내게
오늘 하루가 주어진다면
내 일기장에서 주님과 함께하리라
아직도 먼 길
골고다를 걸으신 주님의 심경을 여쭤보리라
그 체휼함을 달라고 간청하리라
허무하게 지낸 내 삶의 단편들에 관해
용서를 구하며
너무 늦게 알아버린 주님의 사랑을
되찾으리라
그리고 큰 소리로 말하리라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을 허락하셔서 감사하다고
얼룩뿐인 내 죄를 흰 색으로 지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젠 여한이 없다고
이젠 소원이 없다고 고백할 수 있음을 감사하다고
그렇게 노래하리라
끝나지 않을 내 노래
영원히 부를 내 노래
내가 부르는 끝이 없는 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