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38년 된 병자가 있더라 (요 5:5)
작성자명 [윤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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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1.15
거기 38년 된 병자가 있더라 (요 5:5)
저의 38년 된 병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윗 권세에 온전히 순종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의 컨디션이 좋을 때면 거짓 착함으로, 저를 인정하지 않으면 거짓 정의감으로
혈기와 분노를 발산하는 대상인 윗 권세
문자적으로 38년 전, 초등학교 6학년 때, 저의 첫 번째 윗 권세이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38년이란 기간과 아버지 그리고, 저의 뿌리깊은 병인 불순종에 대해서 묵상해 보았습니다.
<1>
저는 폭군이셨던 아버지, 반찬 마음에 안 드시면 밥상이 날아갔다는,
위 형이 고등학교 다닐 때 교회에 몰래 갔다가 들켜서 멱살을 잡혀서 들판으로 끌려 나가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내 자식 죽인다’고 부엌에서 숨만 죽이고 계셨다는…
저는 그 아버지의 7남매 중 귀염둥이이자 자랑거리인 막둥이였습니다.
신문에 나오는 한자 좀 읽고, 주산 조금 할 줄 알았다고
깡 시골에서 천재 소리 듣는 것을 즐거워하셨고,
교장 선생님과 면접을 보이셔서 억지로 국민학교 2학년에 바로 입학을 시키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자랑거리답게 초등학교 시절에 주산 6단을 따고 전국대회에서 1등도 해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렸습니다.
형과 누나들이 고양이 앞의 쥐 신세였지만, 저만은 아버지와 겸상을 하기도 하고,
저만 데리고 사진관에도 가시고, 저만은 따뜻한 봄날이었습니다.
겨울에 눈 많이 맞고, 일부러 눈 털지 않고 집에 들어가서는, 엄마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갔었습니다.
<2>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저의 추운 광야는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몇 가지 사건들을 생각해 봅니다.
문자 그대로 나를 보호해 주고 내가 의지하던 하늘이 무너지고(천붕) 보니,
곧 바로 비바람 몰아치는 광야로 내 몰리게 되었습니다.
중1때 죽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1이 4번 겹치는 11월 11일, 날자까지 잡아 놓고,
삶이 허무해 져서, 어린 나이에 꼴값을 떨며 쇼펜하우어 책을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들고 다녔습니다.
그래도 중 때는 공부도 상위권이고 선생님들 성적 처리를 도맡아 해 주면서 이쁨도 받고 해서
겉으로 드러나는 큰 탈은 없었습니다.
<3>
저의 고등학교 결산은 고3때의 윗 권세이신 담임선생님이 저에게 하셨던 말씀
‘너는 사회에 나가 쓰레기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에 나타나 있습니다.
담임 목사님께서, 삶이 쓰레기 같고 구더기 같다고 하실 때마다, 저의 고3 담임 선생님 말씀을 생각하곤 합니다.
우리들교회 오기 전 까지는, 어떻게 선생님이 그러실 수가 있으신가 했지만,
지금은 ‘내가 오죽 했으면 그러셨을까’ 생각도 들고,
당연히 들어야 할 말 일찌감치 들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학교 가방에는 무협지만 시리즈로 들고 다녔으며,
고2때 가출을 해서 자살을 시도하고,
고3 때는 담임선생님께, 저 대학도 안 갈 것이고, 시험 골치 아파 못 보겠으니, 인정해 달라고 해서 시험 한 번 안 치고 고등학교를 마쳤습니다.
장사하는 어머니를 희롱하는 손님에게 칼을 들기도 하였습니다.
<4>
군 하사관학교 시절에 수료 마지막 날 술병이 초소에서 발견되어 난리가 났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자,
거짓 착함과 거짓 정의감에서 내가 사왔다고 거짓으로 나섰다가,
한 성깔 있던 구대장에게 임자 제대로 만나서 정말 죽도록 맞았습니다.
양 팔과 등짝이 새까맣게 변하고, 왼 팔은 부러지고, 오른 팔은 삐끗한 상태에서
양 팔에 압박 붕대만 잔뜩 동여매고 군 병원에 가서는 사전에 시키는 대로,
계단에서 굴렀다고 하였습니다.
자대에 와서는, 중사 한 분이 두 분대를 거느리는 격고지 부대에 분대장으로 있었는데,
밑의 일병이 순간적으로 선임 분대장에게 달라 붙는 사건이 생겼는데,
어설프고 얄팍한 거짓 착함과 정의감으로 일병을 두둔하며 나섰다가,
그 일병과 제가 사단 헌병대 영창에 들어가 철창 안에서 14일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5>
2번 있었던 해외 근무 모두, 윗 권세와 부딪쳤습니다.
루마니아에서 호랑이 같던 사장님에게 게기다가 봉급쟁이로서 시말서란 것도 써 보았습니다.
오만에서는 성격이 유하신 믿음이 있는 윗 분들에게 역시나, 왜 나를 몰라주느냐고,
내가 신입사원이냐고, 숨이 막힌다고 혈기와 분노를 뿜어 내었습니다.
귀국 후의 저의 고난은 저보다 나이도 아래이고 직급마저 낮은 저의 팀장과의 관계였습니다
성격이 고요한 호수처럼 요동함 하나 없는 팀장
(젊어서 성철 스님에게 3천 배를 하고 법명까지 받았다는),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윗 권세에 대한 훈련이라 생각하고,
하나님이 옮겨 주실 때까지 순종하며 잘 지내자 했는데,
겉으로 나타난 부딪침은 없었지만, 마지막 12월에 제 힘으로 벗어나고자 했던 시도를
하나님은 아십니다.
<6>
저의 오랜 병인 윗 권세에 대한 끊임없는 불순종 속에는,
나를 인정해 주던 옛 아버지를 못내 그리워하면서,
내가 옳다는 것을 인정받고자 하는 거짓 착함과,
또 나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고 혈기로 분노로 나타나는 거짓 정의감이
감추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귀국해서 신경정신과에 2개월여를 다녔습니다.
윗 권세에 대한 또 다른 현상인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는,
높은 분들과의 어려운 식사 자리에서 나타나는 대책없는 손떨림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 의사 선생님께서, 제 속의 아버지의 문제를 제기하셨습니다.
<7>
그 후로 아버지에 대해 잊고 지내다가,
오늘 본문의 “거기 38년 된 병자가 있더라”를 보니,
나의 절대자였던 아버지가 돌아 가신 지 38년이 되었고,
그 이후로 내내 윗 권세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를 모르고,
어떤 때에 직면하고, 어떤 때에 지혜롭계 피하야 하는지에 대한
분별이 없이 지내온 것 같습니다.
<8>
네가 낫고자 하느냐고 물으시는 예수님,
정말 낫고 싶습니다.
정말, 윗 권세와 평화하고 싶습니다.
정말, 맘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
정말, 당신 말씀 듣고 일어나서 두려움과 불편함의 자리를 들고 걸어 가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