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1:28-44
“길우야 나오라”
흑암과 혼돈의 땅이었다. 젊은 청년에게 병마가 덮쳤다. 한 인생에게 어둠과 혼돈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모든 인생들의 안타까움을 뒤로한 채, 숨을 거두었다. 베다니는 슬픔으로 가득 찬 땅이었다. 마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곧 동네어귀에서 주님을 기다렸다. 그때 느린 걸음으로 저만치서 오시는 주님이 보였다.
마리아는 절망 중에 주님을 맞이할 기력조차 없었다. 낙심과 한없는 원망 속에 앉아 있는 마리아를 부르셨다. 그가 급히 달려가 주님을 향해서 울부짖었다. 그 발아래 엎드렸다. 옥합을 깨어 자신의 머리털로 닦던 그 주님의 발아래 엎드렸다.
그녀와 함께 조문객들이 우는 것을 보셨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주님께서도 비통함으로 눈물을 흘리셨다.
“이에 유대인들이 말하되 보라 그를 얼마나 사랑하셨는가 하며 그 중 어떤 이는 말하되 맹인의 눈을 뜨게 한 이 사람이 그 사람은 죽지 않게 할 수 없었더냐 하더라.” 요한복음 11:36-37
주님의 눈물을 보면서 엇갈린 논쟁이 벌어졌다. 사랑하셨음에도 한 인간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주님의 한계를 비난하고 있었다. 늦게 오신 주님에 대한 미련 때문에 그들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베다니는 그 순간 절망의 땅이었다. 원망으로 가득 찬 저들의 불신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비통히 여기셨다. 죽음보다도 더 슬픈 저들의 믿음 없음을 보신 것이다.
이 땅과 저 땅이었다. 무덤 앞에서 ‘돌을 옮겨 놓으라’고 명령하셨다. 그것은 막힌 하늘과 땅을 이으려는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돌을 옮겨 놓으라 하시니 그 죽은 자의 누이 마르다가 이르되 주여 죽은 지가 나흘이 되었으매 벌써 냄새가 나나이다.” 요한복음 11:39
그 땅은 불신의 땅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라도 주께서 무엇이든지 하나님께 구하시는 것을 하나님이 주실 줄을 아나이다.” 조금 전에 고백한 말이 침이 마르기도 전이었다. 그녀의 믿음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만다.
그랬다. 그들은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해왔음에도 자신 앞에 닥친 불행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주님께서 다시 말씀하신다. 책망의 목소리였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말이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하시니” 요한복음 11:40
하늘을 바라보셨다. 다시 한 번 그들에게 기회를 주신다. 믿음 없는 흑암의 땅에 소망을 던지신다. “나사로야 나오라” 큰 목소리 외치셨다. 그것은 나사로와 함께 믿음 없는 자들을 향한 일갈이셨다.
하늘 문이 열렸다. 천지를 창조하실 때 그 음성이었다. 천지보다 더 귀한 한 인생을 부르셨다. 새 창조가 시작된 것이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요한계시록 3:20
길우야 나오라.
오늘도 주님께서는 여전히 문 밖에서 두드리신다. ‘누구든지’라는 말은 예외 없음을 선언하신다. 문을 열어야 가는 나라이다. 죄로 가로 막힌 돌이 굴려져야 가는 나라이다. 믿음으로 가는 하나님 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