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7:14-24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
나라가 망하고 400년의 시간이 흘렀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의해서 성전이 재건되었고 무려 46년 동안 건축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을 만큼 빼어난 건축물이었다.
그 성전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초막절은 음력으로 8월 15일부터 시작된다. 7일간 계속된 유대인들의 삼대명절 중 으뜸이었다. 모든 추수가 끝나는 계절이라 수장절로도 불렸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추석에 해당되는 날이다. 유대인들의 설날이 8월1일임을 감안한다면 한 해의 시작을 감사로 시작하는 셈이다. 그들은 출애굽 후, 40년의 유랑생활을 하게 된다. 가나안 입성 후, 정착민의 생활로 접어들게 되는데 어려웠던 광야생활을 잊지 않도록 허락하신 감사의 절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식일에 38년 된 병자를 고치셨다. 이 일로 예수님을 죽이려는 무리들이 생겨났다. 오병이어의 이적에 환호하며 일시적으로 따르던 무리들이 떠나가고 몇몇 제자들만 남았다. 심지어 형제들마저 비아냥거리며 배척하였다. 예수님에 대한 평가가 설왕설래하였다. 그러나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드러내놓고 공론화하지는 못했다. 수근 거렸다고 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갈릴리 사람들과 유대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었다. 나다나엘이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겠느냐는 자조 섞인 대답에서, 그 당시 갈릴리 시골 사람들과 예루살렘 시민 사이의 간극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예루살렘 시민의 입장에서는 그들은 변방에서 온 시골뜨기에 불과했다. 그런 갈릴리 출신 예수가 성전에서 가르치셨다.
“유대인들이 놀랍게 여겨 이르되 이 사람은 배우지 아니하였거늘 어떻게 글을 아느냐 하니”요한복음 7:15
그들은 두 번 놀랐다.
한눈에 보아도 그의 옷차림과 말투에서 못 배운 티가 줄줄 흘렀음이 틀림없었다. 걸쭉한 갈릴리 방언으로 가르치시는 예수님을 보고 그 가르침을 받아드리기에는 그들의 편견의 벽이 너무 높았다. 그럼에도 말씀의 권위 앞에 옴짝달싹 못하는 자신들의 무능에 또 한 번 놀랐다. 이중적인 편견과 죽음이 공존하는 땅에서 주님께서는 묵묵히 가르치셨다.
주님은 하나님과 호흡을 맞추셨다. 말 한마디 한 발자국 모두가 하나님의 뜻에 맞추어져 있으셨다. 그들의 놀라움에 답하신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 교훈은 내 것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의 것이니라” 요한복음 7:16
감사의 계절에 그들은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그들을 만드신 창조주가 그들 앞에 섰는데 그들은 귀신들렸다고 치부하였다. 자신들의 모든 필요를 채워주실 오직 한분이셨는데 그들은 온몸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감사를 잃어버린 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들이 칠일동안 장막 안에서 거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그 감사의 주체이신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오히려 감사를 잃어버린 자리에 살기가 번득였다. 이것이 비극이다.
이방인이었던 헤롯에 의해 건축된 빈껍데기 성전이었다. 겉은 화려하지만 내용은 비어있는 곳이었다. 48년 동안 성전을 짓기 위해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드렸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사람에 주목하셨다. 그들이 자랑하는 성전에서 38년 된 병자를 일으키셨다. 금과옥조로 지키던 안식일에 철저하게 무너진 한 인생을 세우셨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성전 안으로 인도하신 것이다.
“외모로 판단하지 말고 공의롭게 판단하라” 요한복음 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