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천국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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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12.24
2008-12-24(수) 18:9-20 ‘아들의 천국’
새벽시장을 보면서 노점 트럭에서 옥돌구이 통닭을 샀는데
작다고는 하지만, 만원에 세 마리를 주는 통닭 껍질이
오래도록 손님을 기다리느라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사실이
요즘 경기가 어떤지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까지 기타 연습을 하고 있던 아들과 통닭을 뜯으며
무슨 얘기 끝에 어떤 여가수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아들은 그 여가수가 요즘 방송에 안 나오는 이유가
남자 가수와의 양다리 사건 때문이라 했고
나는 남자 친구가 폭로한 비디오 때문이라고 우기다가
만원 내기 하자는 말까지 하면서 서로 지지 않으려 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혀를 끌끌 차며 끼어들었습니다.
‘부자지간에 나누는 대화 수준치고는...’
요즘 이렇게 삽니다.
그런데 아들은 이런 우리집을 천국이라고 했답니다.
아빠가 술 끊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며...
새벽에 일마치고 돌아와 식사하며 반주를 마시고
가족들에게 폐 안 끼치려 조용히 자곤 했으니
예전에 밖에서 마시고 만취되어 들어오던 시절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의 변화라고 스스로 대견해 했었는데
아들은 그런 아빠의 모습에서도 지옥을 느꼈던 모양입니다.
반주로 먹던 술도 끊고 지내는 요즘
확실히 달라진 변화 중 하나는 아들과의 대화가 는 것인데
그 대화라는 게 유치하기 짝이 없는 시시껍적한 것이라 해도
아들은, 함께 대화하는 아빠가 있는 집을 천국이라 표현했습니다.
사는 게 다 그런 모양입니다.
한 없이 유치할 때도 있고, 경건할 때도 있고...
별 인생이 없다는 목사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단에게 영혼을 팔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내 안의 바벨론이 무너진 지금
시시껍적한 삶으로도 천국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단에게 영혼을 팔던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삶은 천국의 그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내 안의 바벨론을 무너뜨리시고
사단에게 영혼을 팔던
지옥의 삶을 마감케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많은 유산으로도 줄 수 없는 아들의 천국을
아비의 가장 작은 수고로 열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아들의 천국을 위해
인간으로 오시어 십자가에 달리신
아버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모든 고난 받는 자녀의 아픈 삶 위에
그 사랑이 넘치는 감사의 성탄 되기를 간절히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