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세상이 정겹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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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12.05
2008-12-05(금) 요한계시록 5:1-14 ‘그래도 세상이 정겹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다시 몰려온 어제
기말 고사를 준비하느라 늦게 도서관을 빠져나온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포장마차로 뛰어들어
추위를 녹이고 허기를 채웁니다.
세 개의 떡볶이 솥단지와 순대 찜통
튀김 솥과 두 개의 사각 오뎅 통에서 피어오른 수증기가
찬 지붕에 맺혔다가 서로 뭉쳐 굵은 물방울로 떨어져 내리면
포장마차 안은 영락없는 동네 목욕탕이 됩니다.
젊음의 한 시절을
한파보다 더 매서운 세파와 싸우며
취업 준비에 올인하는 그들이나
열심히 사는 그들을 볼 때마다
나태함과 방종, 교만과 불순종으로 일관한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회한에 젖곤 하는 나나
그런 내 모습에 함께 묻어가는 아내나
안쓰럽기는 매한가지인데
그래도 세상이 정겹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무심히 세월을 흘려보내지 아니하고
하늘나라의 비밀한 진리를 하나씩 알아가는
값없이 베푸시는 은혜속의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저희로 우리 하나님 앞에서 나라와 제사장을 삼으셨으니
저희가 땅에서 왕 노릇 하리로다 하더라’ (10절)
하나님 앞에서 나라와 제사장 삼으시기 위해
예수님이 당신의 피를 기꺼이 흘리신 진리를 통해
참 귀한 저희 중의 한 사람으로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시니
이 추위에도 어김없이 펼쳐야 하는 포장마차의 생업이
더 기쁘고 감사하기만 합니다.
어제, 부동산 사장님이 좋은 점포가 하나 나왔다며
아침 일찍 집을 다녀간 후, 마음이 들뜬 아내가
이제 점포를 열어보면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넌지시 비치는데
내 눈에는 그 점포의 단점이 먼저 보이고
점포 영업의 문제점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에 정리되어
일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차분히 아내를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잠잠히 살자고...
평소의 나라면, 어떻게든 돈 둘러대서
그런 점포 놓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가 실망해서인지
아내는, 자는 모습마저도 힘이 없어보였습니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 다리 주무르는 일로
미안함을 대신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자녀의 마음을 아시는 아버지께서
이 아침, 말씀으로 위로하시며 힘을 주십니다.
저희가 땅에서 왕 노릇 하리로다...
그냥 저희가 아니라 피로 산 저희
왕의 신분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하는 저희임을 깨닫게 해주시니
그 깨달음으로
이 추위도 녹이는 온기와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구별된 백성 되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