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열매가 없습니다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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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12.03
2008-12-03(수) 요한계시록 3:14-22 ‘그러나 열매가 없습니다’
간밤에 불던 비바람에
마지막 남은 은행들이 길에 떨어져
무심한 행인들의 발에 밟혀 으스러지고
올해도 어김없이
구세군 자선냄비가 지하철 역에 등장했습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망년회를 치르고
힘없는 발걸음을 옮기는 취객들의 처진 어깨를 보며
또 한 해가 저물어 감을 느낍니다.
올 한 해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
이 해의 마지막 날 받아들 내 삶의 수행 평가서에
어떤 성적이 매겨질지 궁금해집니다.
작년 이맘 때, 새해 계획을 세우며 생각한 것이
‘세상에 죽은 듯이, 말씀 안에서 열심히’였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공 예배, 목장 예배 범하지 않았고
아침 기도와 큐티에 열심을 다했습니다.
목자 회의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고
문서사역 부 일에, 억지로라도 책임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열매가 없습니다.
매주 20여 명씩, 한 달이면 백여 명씩 새 가족이 생기는데
내 손 잡고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더 부끄러운 것은
새해 첫 날 큐티 나눔에, 전도의 열매를 풍성히 맺을 것을
다짐하는 글을 올린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나 혼자 하는 일에는 열심을 다하며
내 구원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면서
죽어가는 사람들, 약이 필요한 사람들
사는 길을 놔두고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게는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하여 그들을 살려내지 못했습니다.
죽어가는 형제를 보고도
돌아오라는 말만 했지, 손을 잡고 끌어주지 못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예수 믿으라고 외치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보던 성경도 감추고, 교양 없는 그들과 한 패가 아닌 척했습니다.
교양으로, 내 열심만으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음이 깨달아집니다.
깨닫게 해주시니 감사하고
아직 한 장 달력이 남아 있으니 감사하고
내년이 있음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