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좀 잘 살아둘 걸...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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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11.17
2008-11-17(월) 말라기 2;17-3:6 ‘세상을 좀 잘 살아둘 걸...’
해군 군악대 시험을 보러 가는 아들 때문에
평소보다 세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 아침 기도를 하는데
자꾸 기도가 막히고 말이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아뢰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횡설수설하다가 아들을 보내고 말씀 앞에 앉으니
그 이유가 깨달아졌습니다.
17 너희가 말로 여호와를 괴로우시게 하고도....공의의 하나님이 어디 계시냐 함이니라
전 주, 일대일 양육에서 기도에 대한 주제를 다룰 때
올바른 기도에 대해 공부하고도, 하나님 영광을 바라는 기도보다
자식의 소망을 빌며 그저 시험 잘 보게 해달라는 기도만 하고 있었고
그런 기도를 열납하시지 않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능력을 부어주시기는커녕 마음을 흩으심에
매일 하던 기도가 엉켰던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경외한다고
당신의 언약을 믿는다고
그래서 당신께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입술로만 외치다가
아들의 작은 시험 앞에서
세상의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육신의 정욕에 사로잡혀
이생의 자랑거리를 구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좋아 보이지 않는데
그 기도를 들으시며 그 모습을 보시는 아버지께서
얼마나 언짢으셨을까 새삼 깨달아집니다.
어제 저녁까지 마음을 심란케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들이 언뜻 비친 로비 얘기...
군악대 시험을 잘 보는 요령에 대해 선배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줄을 잡아 로비하는 게 최선이라는 말을 하더라며
부담 갖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열심히
훈련소 동기부터 세상 인맥까지 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들에게는
‘그리스도인은 그런 일 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오직 하나님께 의뢰하고 그 길을 인도해달라고 하거라’
경건을 가장하며 거짓된 마음으로 아들을 훈계하고는
이내 후회와 탄식에 빠져들었습니다.
‘세상을 좀 잘 살아둘 걸...
평소에 인맥 관리 좀 해둘 걸...
돈 좀 많이 벌어둘 걸...’
여호와를 괴롭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이름을 무시하다 못해 능멸했던 것임이 깨달아집니다.
내 믿음의 현주소를 보며
갑자기 추워진 날씨보다 더 썰렁한
내 심령의 광야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