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사는 에바브로디도를 사모하며
작성자명 [원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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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11.06
죽어서 사는 에바브로디도를 사모하며
빌립보서 2 : 19~30
지난 화요일
자원봉사를 끝마치고 오후 네 시경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문이 열리자 발을 들이밀면서 눈은 빈자리를 훑어봅니다.
오른쪽에 빈자리가 눈에 띄는데......
옆에 앉은 여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반대편에 또 빈자리가 있길래 가서 앉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다시 그 여인에게 눈이 안 갈 수가 없습니다.
쑤세미처럼 헝클어진 머리에
너무나 남루하고 때가 탄 초라한 옷에서는.....
보나마나 매우 찌든 악취가 풍길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여인의 옆자리에 앉기가 싫어서
저는 그 자리를 피하였고.....
그러나 그 여인을 관찰하고 싶어서 맞은편 자리를 잡았던 것입니다.
여인은 제법 커다란 배낭을 안고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출입문 앞에 퍼질러 앉아서 그 배낭을 뒤지더니
손에 잡히는 옷을 꺼내어 얼굴을 문지릅니다.
잠시 후에는 본인이 앉아있던 좌석 위에 올려놓았던 작고 낡은 여행 가방을 내리더니
다시 출입문 앞에 철퍼덕 앉아서 가방을 열어봅니다.
심심한 듯 가방 안에 손을 넣어
별것도 없는 가방 속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그 모양을 함께 지켜보던 옆자리의 아주머니가
정신병자는 아닌 것 같다고 저에게 속삭입니다.
그 여인을 바라보는 동안.....한 사람이 뇌리에 떠오릅니다.
이십 여 년 전 청량리 역전에서
쓰러져 있는 냄새나는 할아버지를 못 본 척 두고 가다가
양심을 두드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다시 돌아와서 그 할아버지를 위하여 라면을 끓여주게 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독일유학을 포기하고
노숙자들의 밥 퍼주는 일군이 되신 ‘최일도 목사님’이.....
왜 그 순간 생각이 나야하는지.......
그 여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전철에 타게 되었는지.....
여러 가지 추리를 해보다가......
여인도 노숙자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그 여인에게 다가가서
한 끼 밥을 사먹으라고 돈을 좀 드려야하나?......
그런데 참....지갑 안에 만 원짜리 밖에 없는 사실을 기억하며.....
오천 원 정도는 드릴 수 있는데.....어쩌나 나도 돈이 없는데.....
예수 믿으라고 복음을 전할 대상은 아닌 것 같고......
행위로 옮겨지지 않는 망설임만 하는 사이
순간적으로 여인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최일도 목사님의 책을 읽은 후
저의 잠재의식에는 언제나
‘나도 그런 경우를 당하면 그 목사님처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 여인을 그냥 보낸 저를 보면서.....
역시 나는 할 수 없었을 것임을 인정하게 됩니다.
시월 말에 제가 사는 오 층 연립의 정화조를 치우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와서 사는지 오 년 만에 처음으로
제가 돈을 걷게 되어 아홉 세대를 찾아다녔습니다.
여섯 세대를 처음 만나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재개발 바람이 불어서 최근 이 년 안에
모든 세대들의 주인이 바뀌고 새로 이사를 왔지만.....
저는 전도할 엄두도 내지 않았습니다.
지난 전도축제에
전도할 영혼을 보내주시라고.....삼일금식까지 하면서도
이웃을 찾아다닐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찾아다니며 만나보니
진작에 찾아가고 복음을 전하지 않은
저의 게으름을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이웃을 찾아다니며
예전처럼 음식도 나누어먹으면서
‘이슬비’와 ‘목사님 설교 tape’도 갖다드려야겠다고
다짐하였지만.....
그냥 만원짜리 드릴 것을.....
때늦은 후회는 아무 소용이 없어서....
그 여인을 그냥 보낸 저의 인색함 때문에
아직도 명치끝이 아프더니
끝내 눈물이 흐르는 것은......
제 마음 안에 계신 우리 예수님께서
불쌍한 영혼을 위해......그를 외면한 이기적인 저를 위해.....
탄식하며 울고 계신 때문인가 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인색한 저를 위해서....
주님을 믿고 기다린 저를 위해서....
주님께서는 눈먼 돈을 준비해 두셨음을.....
주님이 보내신 여인을 홀대하고 도달한 그 길 끝.....
동네 전철역에서 하차하여 혹시나 하고 들러
찍어본 통장을 보고....
너무나 놀랐기 때문입니다.
주님.....죄송합니다......
예수님.....이기적인 저를.....용서하시옵소서.....
양심은 있어서
눈물은 그치지 않고 흘러 내립니다.
지금까지 사람들과 담을 쌓고 살아온 습관이 있습니다.
그리고....지금은 하나님과의 단독 면담의 훈련시간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제가 만약 어떤 사명의 길로 가게 된다면.....
<누가> 혹은 <디모데>와 같은 동역자를 붙여주시기를
기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그 전에
제가 예수님의 동역자가 먼저 되어야한다는
주님의 음성이 깊은 곳에서 울려옵니다.
<...자기 일을 구하고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구하지 않는.....>
저를 불쌍히 여기시는 주님께서
간절히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사랑하는 자들을 사랑하고.....
주님께서 존귀히 여기는 분들을 목숨 걸고 섬기며......
주님과 뜻을 같이 하여 교회와 성도의 사정을 진실히 생각하는.....
사랑하는 예수님의 진실한 동역자가 먼저 되라고......
“자식이 아비에게 함같이 나와 함께 복음을 위하여 수고하자”고......
오늘은 이렇게 주님께서
자격 없는 저를 울리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일을 위하여 수고하다가 감옥에 매인 늙은 사도.....
그를 위하여 불원천리 길을 달려와서
죽기에 이르러도 자기 목숨을 돌아보니 아니한
에바 브로디도였기에......
그리스도를 닯은 사도께서는 그를 일컬어
<그는 나의 형제요 함께 수고하고 함께 군사된 자요
너희 사자로 나의 쓸 것을 돕는 자>라고 선포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에바 브로디도를 긍휼히 여기사
그리스도의 사도를 근심에서 면하도록 긍휼을 베푸십니다.
저도 그런 긍휼히 여기심을 받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사도께서 에바 브로디도를 위하여 명령하신 최고의 칭찬을
저도 우리 주님께 듣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러므로 너희가 주 안에서 모든 기쁨으로 저를 영접하고
또 이와 같은 자들을 존귀히 여기라>
에바 브로디도를 사모하며
우리들 공동체에서도 그런 존재가 되기를.......
아버지.......
예수님의 동역자 자격은 없지만.....
삼아주시면
에바 브로디도처럼......디모데처럼 쓰임 받도록
성령의 지혜와 권능으로 저를 새롭게 하시옵소서......
우리들 공동체와 주의 종 김양재 담임 목사님을 긍휼히 여기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일을 위하여 더욱 지경을 넓혀 주시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 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