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방에 "쳐누워서" 드리는 죄인의 QT
작성자명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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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11.05
모텔방에 쳐누워서 드리는 죄인의 QT
(빌립보서 2:5-11)
<요약>
바울사도는 빌립보 성도들에게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으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본체이시지만,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십자가에 죽으시기까지 복종하셨습니다. 그렇게 죽기까지 복종한 예수님을 하나님께서 지극히 높이셔서 모든 무릎을 그 앞에 꿇게 하셨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습니다.
<연구묵상>
6-7절: 왜 예수님은 하나님과 본체시나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셨나?
9-11절: 왜 하나님께서는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지극히 높이시고 모든 무릎을 꿇게 하시고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나?
<느낀점>
어제 그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다음 주에 제가 일하는 연구소에서 올해 연구실적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평가자료에 들어갈 연구실적들을 정리하느라 저와 함께 연구하고 있는 지방의 모 국립대학에 출장을 갔었습니다.
예수를 영접하면서 제가 포르노중독자라는 것을 깨닫고, 이후 3년간 저의 중독을 끊어내기 위해 고생한 끝에 이제는 거의 끊어진 듯 합니다. 하지만 환경 앞에 장사가 없다고 하신 목사님 말씀처럼 출장만 가게 되면 영적으로 해이해져서 번번이 시험에 넘어지곤 했습니다.
몇 주 전에도 출장을 갔는데, 숙소의 컴퓨터를 이용하다가 먼저 투숙한 사람이 다운 받아놓은 음란 동영상을 발견하고는 갈등을 하다가 결국에는 보고 말았습니다. 목자까지 되었지만 여전히 이렇게 시험이 올 때마다 넘어지곤 하는 저를, 그래도 하나님께서 사랑하셔서 연구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절대치의 홍수사건을 주셔서 회개의 눈물을 쏟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주 목장예배에 도박중독으로 힘들어 하는 지체를 붙여주셔서 저의 이런 중독을 오픈하게 하셨습니다.
이번에 다시 출장을 가면서 결코 지난 번처럼 시험에 넘어지지 않으리라 굳게 결심을 하고 갔습니다. 첫날 밤늦게까지 작업을 해서 일을 끝마치고, 다음날 아침 일찍, 근처의 전망 좋은 산에 올라가서 단풍에 물든 경치와 일출을 바라보며 QT를 하겠다는 근사한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도착해서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컴퓨터를 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음란동영상들이 있더군요.하지만 굳게 결심했던 터라 컴퓨터 안에 있는 모든 음란동영상들을 삭제해버렸고, 스스로 뿌듯해하며 학교 실험실로 향했습니다. 밤늦게 까지 일을 해서 거의 마무리를 짓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연구과제로 개발한 프로그램에서 수정할 부분이 있어서 그 실험실의 대학원생에게 수정하라고 몇 주전에 부탁을 했었고, 그 대학원생도 프로그램을 이미 수정했다고 말해서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밤 12시경에 프로그램이 아직까지 수정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원생은 분명히 수정을 했다고 하며 너무 억울해했고, 그 대학원생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기에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고 뭔가 실수가 있었다고 여겨졌습니다. 결국 새벽2시가 다 되어서야 프로그램의 수정이 끝났고, 프로그램을 다시 돌려서 결과를 아침에 보내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왜 또 다시 이런 사건을 주셨는지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지난번에는 내가 시험에 넘어졌기에 그런 사건을 주셔서 인정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시험에 넘어지지 않았는데 상을 주시기는커녕 지난번과 똑 같은 심판의 사건을 주신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마음 한편에서는 “욥처럼 애매하게 시험과 고난을 당해도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 나의 믿음의 성숙을 위해서 하나님께서 사단의 시험을 허락하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보다는 “하나님께서 나를 버려두셨다”라는 생각에 서운하고 원망스런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오니 내가 뭐 하러 힘들게 육신의 정욕과 이렇게 싸워야 하느냐 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쳐서 결국은 스스로 케이블TV를 통해 음란동영상을 보고 말았습니다.
아침에 피곤과 죄책감에 휩싸여 눈을 떴습니다. QT책은 쳐다보기도 싫었습니다. 컴퓨터를 열었는데 대학원생이 밤새 프로그램을 돌린 결과를 보내왔습니다. 문득 하나님께서 나를 벌하셔서 다시 보내온 결과도 잘못되면 어쩌나 라는 염려가 들었습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결과를 확인했는데 다행이 문제가 없더군요. 그제서야 QT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빌립보서 2:5-11의 말씀을 통해 바울 사도는 하나님과 본체이시나 자신을 비워 종의 형체인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죽기까지 복종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으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죽기까지 복종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께서 지극히 높이시고, 모든 무릎을 그 앞에 꿇게 하고 모든 입이 예수를 주로 시인하게 하여, 결국 아버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신 것처럼, 우리 역시 예수님처럼 죽어질 때 하나님께서 오히려 우리를 높이시고 우리를 통해 영광을 받으신다고 말합니다.
내가 품어야 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은 무엇일까를 묵상해봅니다. 저는 이번에 출장을 오면서, 이번에는 내가 시험을 잘 이겨냈노라고, 그리고 아침 일찍 일출을 바라보며 QT를 하고 시험에 이기게 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노라고 목원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나의 찌질한 모습보다는 “뭔가 좀 되었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제게, 산꼭대기 높은 곳에서 의인의 모습으로 드리는 QT보다는, 이렇게 찌질하게 모텔 방에 “쳐 누워서” 드리는 죄인의 QT를 더 원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정말 더 이상은 “내가 또 시험에 넘어져 포르노를 보았다” 라고 오픈하고 싶지 않은데, 죽기까지 복종하신 예수님의 마음으로 또 다시 공동체 앞에 저의 죄를 오픈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런 저의 모습을 통해 영광을 받겠다고 하십니다.
저를 용서하시고 위로하여 주시는 말씀에 한참을 울었습니다. 정말 죽기보다 하기 싫은 고백이지만, 이런 죄인에게서 영광을 받으시겠다는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감사해서 이렇게 용기를 냅니다. 저희 목장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중독의 문제로 우리들 공동체를 찾으신 분들께 부디 저의 고백이 작은 위로와 용기를 드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찌질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