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 않았나봐요
작성자명 [오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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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10.20
오늘 주일..
나누는 말씀들이
먹구름에 가려졌던 무지개 언약들을
찬란히 피우는 글들에
제 마음마저 활짝 피어 오릅니다
그래서
이 마음이 가시기 전
지난 일주일동안 그득했던
파란 가을하늘만큼이나
부풀은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주일 저녁
그 전 날에도 만땅으로 취했던 남편은
여느때처럼 술을 찾았습니다
맥주는 술도 아닌 남편은
여섯병을 사 들였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네
내 그 한마디에 화가나 집을 나가 버렸고
술 취한 모습을 보기 싫어하는 나는
차라리 잘 됐다고 하면서도
속을 진정할까 하는 마음에
맥주 한병을 마셨는데
그날 따라 입에 달게 느껴졌습니다
이러다간 다 마실것 같은 마음에
순간 안 되겠다 싶어
나머지 다섯병을 부엌 싱크대에
다 버린 순간
문을 열고 들어 온 남편..
파란 하늘이 노랗게 변한 순간이 이럴까
누구든 옆에서 느낄 수 있는
덜커덩 내려 앉는 심장 박동소리..
그나마 맥주라도 마시려던 남편이
내가 버려버린 빈 병을 보던 그 순간의 혈기는
내 뛰는 심장박동 만큼보다
더한 진동으로 집안을 흔들기 시작하는데..
그래 오늘 저녁 너..나하고 한번 해보자
니가 죽나 내가 죽나
집안을 휘 저으며
키를 챙겨 다시
술 사러 나가는 남편을 보는데..
그 날 저녁은 분명
내 마음은 아닐 겁니다
내 성정으로는
그런 마음을 가질 수가 없을 만큼
저의 악함을 잘 아는
내게서는 나올 수 없는..
이십 여년의 남편의 술을
다 견뎌 낸 듯 하면서도
억울함을 안은체
아닌척 했던 영적인 허영..
이젠 믿음 있는 양
내 성품으로 참아 내던 지난 시간들이였는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들지 않던..
남편에 대한 불쌍함
긍휼이 내 마음 저 밑바닥에서 끌어 오르는데
주체가 되질 않았습니다
남편이 술을 사러 나간 사이
집을 나와
조용한 곳을 찾아 기도를 하기 시작 했습니다
제게 비친 남편의 모습은
먹이를 찾아 헤매는 짐승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먹이가 채워지지 않아
몸을 가누질 못해
이제 서서히 죽어가는 시체의 모습이었습니다
죽어 가는 시체..
그게 남편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렇게 죽으면 안 되는데..
저렇게 죽으면 안 되는데..
죽어 가는 남편의 영혼이
너무나 불쌍해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시작된 리스바의 회개.
내 마음 저 구석에서 올라오는
오래 전의 죄들이 쿰틀거렸습니다
내 지었던 죄들과 긍휼이 뒤섞여
내 오장 육부가 쿰틀거리며 쏟아낸 통곡의 눈물..
내 가정에 흐르는 이 저주을 끊어달라고
하나님 내 남편 좀 살려 달라고..
이전의
억울함으로..
서러워서..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으로..
흘렸던 그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내 눈에 비치는 남편의 모습은
이전의 내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불쌍함 그 자체였습니다
전 지금까지
남편의 술안주를 만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술 한번 사온적 없었고
마시다 남은 술은 다 버려 버렸습니다
그것도 싸움거리가 된 후로는
반은 버리고 버린 양만큼 물을 부어 놓고..
술을 안 사온다고
술을 버린다고 변하는 것 없음을 알지만
내 안에 쌓인 상처에 대한 위안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랬던 제가
지난 일주일동안
남편의 술 안주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녁 수업을 듣고 돌아오는 날은
술에 취해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기가 싫어
말은 커녕 눈도 안 마주치기 일쑤인데
지난 금요일은
애들하고 저녁은 맛있게 먹었느냐고
뭐 좀 더 만들어 줄까..라고
비록 지난 일주일 동안이었지만
변한 내 모습에
술을 줄이려하는 남편의 모습이 역력합니다
술을 줄이려 애쓰는그 모습도 이젠 안쓰러워 보입니다
자신도 제어 안되는 자신의 마음을
전 지금까지
늘 불을 지른 사람이었고
일어 나려 할 때마다
오히려 일어나지 못하게 #48163;아버린 사람입니다
이젠 분함도 억울함도 없습니다
죽어가는 남편의 영혼 앞에
죽어 보고자 하는 내가
무슨 감정을 내세울수 있겠습니까
남편의 불쌍한 영혼이
내가 이리도 안타까운데
나 보다도 더 불쌍히 여겼을
하나님의 마음을 이젠 조금은 알듯합니다
마음만 가득할 뿐
아직은 되었다 함이 없어
바람부는대로 어느때 또 흔들릴지언정
이젠 알고 넘는 고개는
모르고 넘는 힘듬보단 덜하겠지요
기대도 믿음도 안 가지려 합니다
그저 사랑만 주기를 간구합니다
아직 가야 할 먼 길..
그 길은 분명
구원을 향한 여정임에
무거운 짐을 메고
투벅거리며 걸어야 할 길이지만
내 딸아 ..
맞아주며 수고했다고
손 벌리고 계실 주님의 무지개 언약을
이 늦은 밤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