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말대로 적용하기로 했어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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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08.23
2008-08-23(토) 디모데전서 4:11-16 당신 말대로 적용하기로 했어
어제는 길고도 힘든 하루였습니다.
온 나라가 베이징에 열광하는데
나는 아침부터 내리는 비가 차라리 고마웠습니다.
그럴 때 항상 찾는 곳
신당동 중앙 시장을 찾았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열무국수 노점이 쉬는 바람에
그 옆 옛날 짜장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쥔장부터 손님까지 한일 전 야구 중계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옆 사람이 먹는 짬뽕이 맛있어 보여 나도 그걸 시켰습니다.
면발도 쫄깃하고 국물도 시원한 게
기대도 안 한 허름한 노점 짬뽕이 대박을 쳤다 싶었는데
화면에서도 이승엽이 대박을 쳤습니다.
대단한 놈...
김경문 감독, 참 대단한 놈입니다.
동년배에 동창이라 그에 대해 좀 아는데
고등학교 때 한 번, 대학 때 한 번, 라이벌 팀 선수에게
경기 중 야구배트로 뒤통수를 맞고 쓰러진 적이 있습니다.
포수가 타자 배트에 뒤통수를 맞는 일은
로또 1 등보다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그에게는 그런 일이 두 번씩이나 일어났고
그 때마다 뇌진탕을 딛고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사고를 쳤습니다.
시장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난리를 치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나도 잠시 즐거웠는데 내 마음은 이내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건데?
야구가 밥 먹여주냐?
홍수환인가 장정구가 세계 챔피언 경기를 치르던 날
고등학교 입시를 며칠을 앞 둔 동생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나는 떨어져도 좋으니 꼭 이겨라’
그 선수는 이겼고 동생은 떨어졌습니다.
뇌진탕이, 낙방이 약이 되어
다들 놀라운 진보를 했습니다.
국가 대표 야구 감독으로
교회를 섬기는 신실한 일꾼으로...
나의 진보를 소망합니다.
야구가, 올림픽이 잠시 우리를 즐겁게 해줄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래도록 기쁜 일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세상에서 기쁜 일을 찾다가
뒤늦게 진짜 기쁜 일을 찾았는데
땅부터 다지려 그러시는지, 매일 비만 내려주십니다.
그리고 아내로부터 진짜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당신 말대로 적용하기로 했어.
꼬인 마음에 화가 나서 한 말이지만
아내가 진보해서, 언젠가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할 날이 올 것을 믿습니다.
아내의 진보가 내 기쁨이 되고
아내의 진보가 나의 진보를 끌어주기를
그것이 아내가 결혼 잘 한 이유가 되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