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씌우는 수건
작성자명 [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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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07.21
고전 11:2~16
저는, 남편이 집에 오면,
잘 섬겨 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습니다.
5개월만에 집에 오는 것이기도 했고,
타국에서 혼자 돈 버느라 고생했기 때문에,
어쩌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남편 생각을 하며,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있게 되니,
그게 잘 안됩니다.
벌써 밥상 차리는게 귀찮아지고,
하루종일 함께 있으니 부딪히는 일도 생깁니다.
어제 주일은,
양육 맡은게 있어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좀 피곤했는데,
집에 오자마자 남편이 만두를 쪄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순간,
어이 없는 표정으로 남편을 쳐다봤습니다.
아침에 밥을 볶아 놓았고,
그냥 먹을 밥도 밥솥에 있으며 밑반찬도 냉장고에 있기 때문에,
아주 조금만 움직이면 더 먹을 수 있었을텐데,
그 수고가 싫어서인지 집에 오자마자 먹을 것을 달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기다렸던 남편을 생각하며 만두를 쪄 줬어야 했는데,
저는 남편에게 잔소리를 했습니다.
다른 남자 같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만,
당신 같이 아내를 잘 도와주고,
아내가 하는 일을 밀어주는 수준있는 사람이 왜 그래..
만두 찌는 정도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그냥 먹을 맨 밥도 있는데,
그걸 꼭 피곤한 아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시켜야겠어..등 등 궁시렁 거렸습니다.
그랬더니 머쓱해진 남편이,
만두를 안 먹겠다며 다른 것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저는 그런 남편이 안됐어서 만두를 쪄 주고 저도 같이 먹었습니다. ^^
지금까지 남편을 좌지우지 했기 때문에,
이젠 정말 순종만 하고 싶은데,
그리고 지금은 남편을 섬기라고 주신 기회인데,
자꾸 그 기회를 놓치는 제가 한심합니다.
여자가 남자의 영광이라고 했듯이,
제가 편하게 이런 나눔을 올릴 수 있고,
주의 일 할 수 있는 것도..
지금까지 까칠한 저를 참아주고, 살아주고,
돈 벌어다 준 남편 덕분인데..
제가 남편 말에 순종하기 보다는,
제 말에 남편이 순종하기를 바라며,
제가 써야 할 수건을 벗어 자꾸 남편에게 씌우려 합니다.
오늘 말씀은 그렇게 남자에게 수건을 씌우는 것이,
남자를 욕되게 하는거라고 합니다.
남편에게 순복하지 않고,
수건을 벗는 것이,
나도 욕 된 것이며, 나의 머리인 남편도 욕되게 하는거라고 합니다.
그래도 저는 앞으로도 자꾸 저의 수건을 벗으려고 할 겁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며 제가 해야 할 순복을 남편에게 요구하며 수건을 씌우려고 할 겁니다.
오늘은,
이렇게 변하기 힘든,
질기고 질긴 제 모습을 보며,
오늘 쓰고 있어야 할 수건이 무엇인지 묵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