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발 한 냄비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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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07.19
2008-07-19(토) 고린도전서 10:14-22 ‘닭발 한 내비’
며칠 전,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가
술 한 잔 먹고 주먹을 휘둘렀다가 선수 자격이 정지되는 바람에
향 후 1년 간 10억 원 정도의 금전 손실을 당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얼마 전 묵상 중에, 연약한 형제를 구원하기 위해
한두 잔 함께 나누는 술이야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자유함과는 거리가 먼, 그 형제를 실족시키는 일임을 깨달은 후
피곤한 육신의 회복을 위해 음료처럼 먹는 술도
자제해야겠다는 결단을 하고 한 주를 잘 지켜오던 중
어제, 포장마차 회원들 시위 때문에 영업을 쉬면서
점심을 굶은 채 무슨 일을 하다가 날이 저물자
슬슬 시장기가 느껴짐에
빈속을 훑고 내려가 감동으로 전해지는
짜릿한 소주 한 잔의 유혹이 강렬히 밀려오는 겁니다.
그럴 때는 빨리 뱃속을 채워 위를 달래주는 게 상책이라
냉장고를 뒤져, 얼마 전 사다가 초벌 삶아 얼려 놓은 닭발을 꺼내
순식간에 한 내비를 요리하여 한 개 두 개 맛보았더니
비가 부슬부슬 오는 저녁, 혼자 먹는 음식임에도 맛이 기가 막힌 겁니다.
도매가로 닭발 1 kg에 2000원 하는데
그 날 산 게 3000 원어치였으니 한 60여개 되었을 텐데
그걸 거의 다 먹었으니 많이 먹은 게 틀림없는데
술도 없이 그 많은 걸 먹어치울 수 있었던 것은
닭발은 콜라겐과 젤라틴이 많아서 몸에 좋지만
지방은 거의 없어, 많이 먹어도 살은 찌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대로 해박한 지식과 내 소화 기능에 대한 믿음
그리고, 건강을 챙기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14 그런즉 내 사랑하는 자들아 우상 숭배하는 일을 피하라
술 귀신과 오래 동거하며
주의 식탁과 귀신의 식탁에 겸하여 참여해온 삶의 결론으로
운전 면허증도, 아내의 신뢰도 잃고 살다가
이제 술 한 잔도 금하기로 결단하면서
억제된 탐욕의 자리에 건강 우상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겁니다.
내가 나를 잘 알기에
몸 챙기기 시작하면 온갖 난리를 다 떨어
아내를 또 힘들게 할 일이 걱정됩니다.
탐심은 우상숭배라고 했습니다.
자기만을 위하여 자기 중심으로 살아가며
건강을 지나치게 챙기는 것도 탐욕이니
음식 하나로도 우상 숭배의 죄를 지을 수 있음이 깨달아집니다.
닭발 하나를 먹으면서도
형제의 실족을 염려하여 내린 금주의 결단을 되새기지 못한 채
내 몸의 유익만 생각한
여전히 탐심 가득한 내 모습이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