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내 수치가 빛이 되길 기도합니다
작성자명 [류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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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07.07
은경씨, 저도 그렇습니다.
저는 동성애자가 아니지만 현재 동성애자로 살아갑니다.
그것은 제가 지금까지 저와 같은 동성인 한 사람을 사랑하며 함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살고 있는 그 사람도 자기가 동성애자인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자신과 같은 동성을 사랑하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동성애자인줄 알았습니다.
그가 만일 동성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비록 이성을 사랑한 경험이 한번도 없었다고 할지라도
그는 남들처럼 당연히 자신을 동성애자로 생각하면서 살진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간혹 그도 과거에 동성을 사랑했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지금도 동성을 보면 간혹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는 그런 자신의 감정을 한번씩 부는 바람처럼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본래 자신 것으로는 전혀 생각지 못한 채 남들처럼 당연히 자신을 이성애자로 알면서 살아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매번 찾아오는 그런 감정을 그는 스스로 한번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도대체 이 감정은 무슨 감정인가?
다른 사람들은 다 이성을 사랑하는데...
왜 나는 매번 사랑하는 감정이 이성이 아닌 같은 동성에게만 생기는가?
내가 뭔가 잘못된 사람인가? 하고 급기야는 자기자신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뭔가 잘못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일면서 만일 남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들이 자신을 얼마나 무시할까 하는 마음이 앞서서
그는 절대로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자기도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간혹 그도 남들 보는 앞에서는 이성을 좋아하는 척, 사랑하는 척하며
때로는 이성을 좋아하고 사랑한 경험도 있었다는 식으로도 말을 하고,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진짜로 이성과 한번 결혼해볼까 하는 마음을 품은 적도 있지요. 물로 이혼을 전제로 한 결혼이지만요.
저도 그랬답니다.
나는 본래 동성애자도 아닌데,
괜히 같은 동성을 만나,
처음부터 내가 원치도 않았던 그 사랑을 그렇게 불 붙듯 뜨겁게하고,
지금까지도 변치 않고 그 사랑 그대로 내 안에 있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이 사랑을 내가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어차피 내가 이 사람을 이렇게 사랑할 수밖에 없다면,
결국은 같이 길을 가야 할 것이고 평생 함께 살아야 할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내가 딴 남자하고 결혼이라도 한번 하고 와서 그 다음에 이 사람하고 같이 살면,
그러면 남들이 뭔가 나를 미심쩍게 볼 때,
자신있게 나도 결혼을 한번 했었다고, 그렇지만 이혼했다고.. (무슨 아무 이유를 들어..) 그렇게 말해주면,
그들이 나를 진짜로 자기들과 다른 사람으로는 안보지 않을까 해서,
그래서 결혼을 두고 한번 진지하게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지요.
만일 제가 그때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겼더라면
지금은 나를 수상쩍게 보는 세상 사람들 앞에
그때 그 결혼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 그 증거 속에 나를 철저히 가릴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러나 그렇다고 할지라도 세상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수상쩍은 그 시선은
그 결정적인 증거속을 뚫고 들어와 아무도 모르는 내 가슴을 마구 후벼댈 것은 분명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의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진 못했습니다.
실천으로 옮기기엔 그 장애물들이 여간 만만치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