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은 나의 왕궁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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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06.20
2008-06-20(금) 사무엘상 25:1-17 ‘목장은 나의 왕궁’
목원 시절 고난이 별로 없었고
그래서 목장에서 밟힌 기억도 없이 목자가 되고 보니
남을 잘 밟아주는 일에도, 잘 밟히는 일에도 익숙지가 않습니다.
까칠한 목원도 없었고
죽을 것 같은 고난에 처한 목원도 없어서 더욱 그랬는데
우리 목장만 그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그건 전적으로 목자의 책임이라 생각됩니다.
목장 예배를 인도하며 두 시간을 넘긴 적이 없을 정도로
나눔 시간이 짧았던 데다, 내가 결코 말 수가 적은 편이 아니어서
목원들의 나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던 결과
마음 속 고난을 충분히 털어놓지 못했을 뿐
그들이라고 왜 죽을 것 같은 고난이 없어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그런 사람임을 알게 된 것도
권찰인 아내가 얘기를 해주었기 때문이지
그녀가 계속 입을 닫고 있었다면
나는 아마 지금쯤
목원들을 목장에서 내쫓는 목자가 되고도 남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성품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 내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임이 깨달아집니다.
한창 배워야 할 젊은 나이에 회사를 뛰쳐나와
분수를 모르고 창업을 하여 일천한 경험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젊은 게 약점일 때가 많아, 나이보다 항상 늙어 보이려 했고
돈도 능력도 많은 것처럼 허세를 부려야 했습니다.
3. ... 남자는 완고하고 행사가 악하며 그는 갈멜 족속이었더라
완고하고 행사가 악한 사람...
나발에게서 내 모습을 봅니다.
그는 완고한 성품에서 말미암은 악한 행사로
왕을 격노케 하여 이성을 잃게 만드는데
완고함이 남자들의 일반적인 성품이니, 완고한 것은 그렇다 쳐도
행사가 악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죄임이 깨달아집니다.
나발이나 나나 행사가 악했던 것은
마음속에 우상을 모시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재물을 왕으로 모시고 살다보니, 진짜 왕이 눈에 보일 리 없고
설교를 들으면서도 마음속에는 딴 생각만 가득하였습니다.
성령이 누구며 하나님의 아들은 누구뇨 ...
그 마음에 성령이 머물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내가 변하기 시작한 건 목자가 되고 나서의 일인데
목자가 너무 좋았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양떼와 염소가 가득한 자신만의 왕국에서
스스로 왕이 되어, 진짜 왕 위에 군림하려했던 나발처럼
목원들을 섬겨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깨닫기 전에
목장은 나의 왕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직분마저도 세속적인 명예로 생각하여
목장에서 왕으로 군림하려 했던 나...
그러나 왕의 자리가 너무 좋아
목장에 가득,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내 말들을 풀어놓고
지금도 여전히 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독설보다 더 나쁜 게 다변(多辯)이라 생각됨에
날이 새도록, 무릎을 쥐어뜯고 입술을 깨물며
목사님이 그토록 원하시는
잘 들어주는 목자 되기를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