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의 왕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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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06.11
2008-06-11(수) 사무엘상 19:1-7 ‘열등감의 왕’
어제는 얼마나 더웠는지, 얼굴의 땀이 도마 위에 계속 떨어져
손님 모르게 수시로 도마를 닦아야 했습니다.
아내가 집회에 참석하는 바람에
튀김 튀기는 일을 맡은 집사님과 하루 종일 함께 일하게 되었는데
성격이 잘 맞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후텁지근한 날씨에
마음속 풀리지 않는 고민 때문에 꼭 해야 할 말만 하며 일했더니
일을 마칠 늦은 시간, 그 집사님이 퇴근 준비를 하면서
자기에게 무슨 유감이 있느냐고 따지듯 물어왔습니다.
항상 유감이야 많지만
그런 이유로 입을 닫은 게 아니라고, 그런 일 없다고 대답했지만
그 집사님은 마치 고백이라도 받아내려는 듯 집요하게 물어왔고
나는 마침내 마음의 평정을 잃고 말았습니다.
나, 그렇잖아도 힘든데 제발 그냥 두면 안 되겠느냐고
하나님 이름으로 맹세하는데 집사님한테 화난 거 아니라고...
아차 싶었지만 말은 입을 떠났고
빨리 보내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 이름을
아무렇게나 갖다 붙였음을 이내 깨달았습니다.
나는 그 집사님에게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게 많지만
한 번도 솔직하게 말한 적이 없습니다.
내가 손님에게 음식을 싸주면서
젓가락을 챙겨주지 않는 것을 그 집사님이 나무랄 때
퉁명스럽게 ‘젓가락은 본인이 챙기는 겁니다’ 라고 말하는 대신
‘젓가락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떡볶이가 짠지, 너무 단지
오뎅 국물이 짠지, 싱거운지 맛보는 게 더 중요한 겁니다’
왜 솔직하게 말하여 고치게 하지 못했는지...
어제도 실은, 화가 잔뜩 나 있었습니다.
오뎅 통에 물 한 바가지 보충하고 습관적으로 소금 한 스푼 넣으려는 것을
‘넣지 마세요’ 퉁명스럽게 제지하는 대신, ‘조금 전에 맛보았는데 국물이 짜더군요’
부드럽게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분을 냈습니다.
내 마음 속 분은 열등감의 열매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닌데,
내가 어쩌다 이런 쪼잔한 일로 저 집사님에게 화를 내야 하나...
그래서 하나님 이름으로 맹세를 했고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느라
하나님 이름을 함부로 갖다 붙이고 말았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행세하면서도 말씀을 모를 때는
남우세스럽게 생각하여, 거룩한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았는데
말씀 좀 안다고, 공동체의 신실한 목자라고 남들이 알아주니
그 이름을 경홀히 부르는 내 안의 사울을 봅니다.
스스로 왕이 되어
그 자리를 오래 지키려 하는 내 안의 사울
그는 열등감의 왕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