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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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05.31
2008-05-31(토) 사무엘상 14:25-35 ‘그 날’
그 날은 여호와의 영광이 가려진 날입니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구해주신 그 날, 세상 왕은
그 전쟁이 어떤 전쟁인지
누가 누구와 싸우는 전쟁인지 감도 잡지 못하여
거룩한 전쟁을 천박한 싸움으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병거가 삼만이요, 육천 명의 마병에
해변의 모래와 같이 많은 수의 군사와(13:5)
철기 무기를 보유한 막강한 군사력의 블레셋을 상대로
고작 칼 두 자루로 무장한 이스라엘 백성이 대적하는 전쟁이라면
사사 시대 조상들의 전쟁에서 교훈을 얻었어야 했고
자신의 아들이 적군을 유린할 때에
아들과 함께 하시는 여호와의 권능을 깨달았어야 했는데
그가 아들을 통해 스스로 느낀 것은
잘난 아들을 둔, 더 잘난 아버지로서의 자기 모습이었을 겁니다.
이런 사울의 모습은, 사회의 모든 기준과 대인관계의 룰을
자기 위주로, 자기 방식으로 사는 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
‘자기애성 인격 장애’의 한 유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들은 자기 자신을 ‘더 없이 가치 있는 소중한 존재’로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나머지,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지나치게 인식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한계와 불완전한 모습을 망각하고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지기 쉽다고 합니다.
이들의 행동 유형의 특징으로는
지나친 독선과 지나친 자기 성취감을 들 수 있는데
그 원인의 가장 큰 부분은 열등감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한계와 불완전한 모습을 망각한 나머지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졌던 사울이나
진정한 왕을 버리고
자신들이 구한 왕의 진면목을 보면서도
자신들의 행악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지 못했던 백성들에게나
그 날은 참으로 혼란스럽고 힘든 날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매일 그 날을 살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엊그제, 과거 한 직장 출신이라는 인연 때문에
더 각별한 감정을 서로 느끼며 지내는 어떤 집사님이
그 직장의 옛 동료 대 여섯 분과 함께 포장마차를 찾았습니다.
내게는 다 선배들이라, 예의를 지키며 음식을 드리고 담소를 나눴지만
포장마차를 하는 옛 동료를, 신기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연민을 담은 눈으로 보는 그들의 시선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런 의도가 없었음을 잘 알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열등감에 기인한, 지나친 자기애 때문임을 또한 모르지 않습니다.
그 날, 저도 딸과 아내를 무척 힘들게 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들어온 새벽 한 시 쯤 말없이 집을 나가
버스 정류장 벤치에서 술 취해 졸고 있는 가장을
간신히 데리고 들어오느라 새벽까지 잠도 못 자게 했으니...
그런 사실을 기억도 못하면서
아침에는 어김없이, 기계처럼 벌떡 일어나
숙취로 몽롱한 상태에서 기도를 하고
묵상의 자리를 차지해버린 글 짓기를 했습니다.
여전한 방식으로...
새벽 제단을 쌓아야 할 거룩한 그 시간을
형식에 치우친 망령된 제사로 허비한 내 죄를 회개하며
세상의 재물로 인한 열등감이
재물이 아닌, 아버지 자녀의 자존감으로 치유되기 원합니다.
여호와의 영광을 가리는 그 날이
여호와의 권능에 감사하는 새 날로 바뀌기를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