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멜에 채울 믿음의 유산이 적음을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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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04.24
2008-04-24(목 ) 출애굽기 16:16-36 ‘오멜에 채울 믿음의 유산이 적음을’
망한 게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망했기 때문에 누리게 된, 굳이 행복이라고 할 만한 게 있다면
재산 문제로 신경 쓸 일이 없어진 점입니다.
펀드, 주가지수 등 경제 용어들에 무관심해진 지 오래고
카드빚에 시달릴 일도 없고 돈 빌려 달라고 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고 2,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삶의 밑바닥을 경험한 딸아이는
대학 4 년을 학자금 대출로 다니는 삶을 불평 없이 받아들이고 있으며
아들도 돈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돈을 좋아하는 마음이야 죽을 때까지 버릴 수 없음을 진작 알았기에
돈을 벌기 위한 기복적인 마음으로 아버지께 매달렸더니
돈도 벌게 해주셨지만 그보다 더 감사한 건
그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깨닫게 해주신 점입니다.
원룸 창문을 열면 망하기 전에 살던 아파트가 창문 너머로 보이고
조금 더 먼 곳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집을 나서면, 부자들이 낸 세금으로 건설된 산책로가 양재천으로
양재천 포장길은 잉어들의 물길을 따라 과천, 여의도, 분당까지 이어져 있으며
포장마차에서 수거한 음식물까지 무상으로 치워주는 쓰레기통이
항상 반짝반짝하게 닦여져 집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햇볕을 쬔다는 것에 대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대지로부터 필요한 양분을 빨아들인다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는
어떤 꽃의 이야기가 ‘동화 밖으로 나온 공주’라는 책에 나오는데
전라도 전체를 합친 것보다 재정이 튼튼하다는 강남구라지만
지방세에 보태주는 것도 없이 거저 누리는 삶이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정작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리게 해주시며
내일을 걱정 안 해도 되는 삶을 허락하신 아버지께 드리는 감사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사가 아니라
습관처럼, 기도할 때만 입에서 나오는 감사임을 고백합니다.
매일 부족함 없이 주시는데도 거둔 것이 적을 때는
내일이 불안하여 마음이 요동침을 고백합니다.
아침까지 남겨두지 말라 하시는데
내일이 염려 되어 남겨둘 궁리를 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오늘 것을 남겨 내일 배불리 먹으려 하지 않고
오늘 것을 아껴 아버지께 드리고 형제를 구제하기 원합니다.
멀리 영국에서, 뉴질랜드에서 오신 형제 부부들처럼
주일 예배 뿐 아니라 수요 예배까지 아내와 함께 드리기 원합니다.
물려줄 재산이 없음을 애통해하지 않고
오멜에 채울 믿음의 유산이 적음을 근심하는 부모 되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