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15:10~20
얼마 전..
저희 집에 친정엄마와 입덧하는 딸이 함께 있을 때였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엄마 밥상 챙기랴,
입덧하는 딸과 외손녀 돌봐주랴,
시간을 다투는 교회 일 처리하랴,
상담 전화 받으랴...몸이 몇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습니다.
저는 행동이 느려서 그런 상황을 아주 힘들어 하는데,
그래서인지 "아휴 정말 환장하겠네.." 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넘어갔는데,
다른 날 비슷한 일로 딸에게 또 "환장하겠네"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저를 위로해 줄줄 알았던 딸이,
"엄마 그런 말 쓰지마..나 엄마 집에 갔을 때 엄마가 그 말해서 섭섭했어.."
하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저는 그 문자를 보고,
"뭐가 속상해 그 말은 어쩔 줄 모르겠는 상황에서 힘든 마음을 표현하는건데,
나는 힘들 때 힘들다는 표현도 못하니.." 하는 문자를 보냈고..
딸은 저에게,
"그런 뜻이 아니잖아..엄마 힘든거 아니까 아무 말 안했지만 암튼 섭섭해" 하는 답을 보냈습니다.
그 일로,
딸과 더 이상 문자는 오가지 않았지만 서운했습니다.
그리고 '환장하겠네' 라는 말과 비교할 수 없는,
악한 생각들이 서운한 감정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습니다.
바쁜 엄마 부려 먹으면서 미안해 하지는 않고 오히려 가르치고 있네.
엄마가 얼마나 힘들면 그런 말을 했을까는 생각 안하네.
자식들은 역시 다 자기 생각만 하지..등등..저는 순식간에 아주 졸렬한 엄마가 됐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 않아,
어떤 분에게 환장하겠네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장이 꼬여 너무 아픈 상태를 말하는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
저는 정말 장이 틀어지는 듯 아프고 꼬여서 밤새 식은 땀을 흘리며 배를 잡고 뒹굴었습니다.
딸의 일과,
이유없이 숨이 멎을 듯 배가 꼬이는 아픔을 겪은게 우연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딸의 말에 과민반응을 한건 확실합니다.
웃으며 말 실수를 인정하거나 미안하다고 하면 될 일이었던 것도 확실합니다.
할머니가 계셔서 눈치를 보며 입덧으로 잠시 친정에 왔던 딸 앞에서,
온 몸과 말로 생색을 낸 것도 확실합니다.
딸이니까 엄마에게 충고해 준 말을 가르치는 것으로 들은 것은,
제가 권위주의라 그런 것도 확실합니다.
요즘..
평소에는 말조심을 하다 가끔 자극적인 말을 내뱉을 때 쾌감 같은걸 느낍니다.
실수를 빨리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아랫사람의 말을 가르친다고 생각하여 듣기 싫어합니다.
상대를 배려하기 보다 배려받고 싶은 마음이 늘 앞섭니다.
저는 이렇게 입에서 나오는 것도,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도 참 악한 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