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꽃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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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03.24
2008-03-24(월) 누가복음 24:13-35 ‘말씀의 꽃’
‘자연을 바라보면 뭐 하나 찌푸리고 있는 게 없어요. 초연합니다.
저절로 자연에게 배우고 동화되면서 사람마저 초연해지죠.’
산골에 들어가 만 2년째 살고 있는 어떤 유명한 소설가가
자연 속의 삶에서 느끼는 행복을 이렇게 표현했는데
예수님이 안 계신 그의 삶이 왠지 허전해보입니다.
어제 밤늦게, 며칠 동안 연락이 안 되던 형제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냥 전화했다고, 잘 쉬라며 전화를 끊었지만
전화해준 것만도 고마워 그에게 달려갔습니다.
맥주잔을 앞에 놓고 자형과 마주 앉아 있는데
생일인 어제, 마음의 근심을 잊어보려 세상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대취하고도 매형을 불러냈고, 마지막으로 공동체를 떠올린 모양입니다.
그와 동갑인 자형도 독실한 사람임에, 그를 위로하려
안 먹는 술까지 대작해주며 새벽 제단을 쌓을 것을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다니는 교회가 달라도 하나님의 백성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한 마음이 될 수 있는 건 성령은 하나이기 때문일 겁니다.
엠마오 길에서 두 사람을 만나주신 예수님이
어제 그 자리에도 계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술잔이 낀 자리였지만
당신의 이름으로 아파하는 형제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세상 친구의 위로로 회복하지 상한 심령을 말씀으로 위로하시려
늦은 밤, 육신의 형제와
말씀 안에서 형제 된 두 사람을
그 자리로 인도하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형이 먼저 자리를 뜨자 그는 아이처럼 울었습니다.
많이 취한 그에게 딱히 해줄 위로의 말이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공동체에서 맺은 성경 일독의 약속을
열심히 지키고 있다는 말로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었습니다.
실컷 운 그와 헤어져 오는 길에 자형이 해준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 비가 그치면 꽃처럼 피어날거야...’
아직 철이 일러,
비 맞고 피어날 자연의 꽃은 없을지 모르지만
예수님은 언제라도 우리 마음속에서
말씀의 꽃으로 피어나실 수 있음을 압니다.
엠마오 길에 나타나신 예수님은
육신의 고통을 경험하고 부활하셨기에
어제나 오늘이나, 그리고 내일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백성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실 겁니다.
철이 일러도
찬비가 내린 뒤에는
형제의 굳은 마음에 말씀의 꽃으로 피어나실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이
그 형제와 나의 앞 길에 펼쳐지기를
아버지께 간절히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