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이 덜 나기 때문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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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03.18
2008-03-18(화) 누가복음 22:54-71 ‘생색이 덜 나기 때문’
상반기 목장 개편에서, 심야 목장의 특성상
기존 멤버 중에서 새로운 직분을 맡거나 몇 명 충원되는 정도에 그쳐
외부로부터의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내부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매일 문자로 날아오는 큐티 나눔입니다.
목장의 직분을 맡은 한 지체가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인데
실은, 목자인 내가 하려 했지만 못하던 일이었습니다.
매일 큐티하고 게시판에 올리는 일을 시작한 건 어느덧 3 년이 되어가지만
그 쉬워 보이는 문자 나눔을 못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나눔 게시판에 생각나는대로 주저리주저리 적어나가거나
지식도 없이 가르치며 나를 포장하는 일보다
묵상의 주제와 교훈을 몇 줄로 축약하는 일이 더 어렵기 때문인데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여러 사람이 보는 큐티 나눔에 비해
생색이 덜 나기 때문임을 고백합니다.
의류 디자인에서는 애들 옷이 더 어렵고
그래픽에서는 명함 디자인이 가장 어렵듯이
문자 몇 줄에 본문을 축약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고
목장의 지체 몇 사람을 위해 매일 아침 문자를 보낸다는 건
예수님 성품을 닮지 않고는 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 일을 하는 지체는, 우리들교회에 오기 전에 받은
DTS 훈련 등 각종 양육에, PBS로 다진 묵상의 경험이 있어
그 일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형제를 사랑하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삶,
즉 언제나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과 늘 동행하며, 가르침대로 살면서도
생색내지 않는 그 형제를 보며 나를 돌아보니
예수님 앞에서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하고 초막을 짓겠다고 설치더니
막상 예수님이 잡혀가는 신세로 전락하자
멀찍이 따라가는 베드로 같은 내 모습이 보이고
나를 위해 십자가의 길을 가시는 예수님을 멀찍이 따라가면서도
항상 수제자의 자리에 앉기를 바라고
생색 낼 수 있는 일에만 열심인 내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 내 모습을 보시면서도
끝까지 참으시는 예수님의 안타까운 시선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연약한 내 손, 더 꼭 잡기 원하시는데
나는 아직도 내 지갑, 내 시간이 아깝고
내 교양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여
주님을 멀찍이서 따르기만 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나를 위해 기꺼이 십자가 지기를 작정하시고
세상의 수치를 대신 받으시는 예수님을 묵상하며
내가 진정 멀찍이 거리를 두어야 할 것은
아직도 세상을 의식하는 내 교양과
내 가족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기심임이 깨달아짐에
나를 위해 끌려가시는 예수님 손을 잡고
감옥까지, 죽는 자리까지 함께 가기를 원합니다.
주님의 십자가에 이기적인 내 자아를 함께 못 박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