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4일 토요일
누가복음 9:28-36
“변화산”
‘자신의 십자가’와 ‘너희들의 십자가’를 말씀하신 후 8일이 지났다. 제자 삼총사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시고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셨다. 죽음을 앞두시고 기도하셨다. 기도하실 때 용모가 변화되고 그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났다. ‘문득’ 30절 바로 그 때였다. 두 사람이 예수와 함께 말씀을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제자들이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이 바로 모세와 엘리야인 것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들의 대화는 8일 전에 예수님을 통해 들은 십자가의 사건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었다.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확증하여 말씀하신 것이다.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잘 알지 못했다. 기도하실 때, 베드로와 및 함께 한 자들이 깊이 졸았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죽으실 것을 다시 듣게 된 그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났다. 그때 꿈속에서 보았던 세 분의 모습이 바로 그들의 눈앞에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모세와 엘리야가 떠날 때에 베드로는 긴급한 목소리로 주님께 제안을 한다. 초막 셋을 짓고 함께 살 것을 요청한다. 주님은 거듭해서 말씀하셨다. 죽으셔야만 하는데 베드로는 여기가 좋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앞뒤 가릴 겨를도 없이 내뱉은 말이었다. 자신도 무슨 말을 했는지 잘 알지 못했다고 했다. 베드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름이 몰려왔다. 갑자기 돌변한 날씨로 인해 그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때 빽빽한 구름 속에서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는 나의 아들 곧 택함을 받은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35절
구름이 걷히고 그곳에 예수님만 계셨다. 不知不識(부지불식) 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놀라운 광경에 압도되어 할 말을 잊었다.
자신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른 예수였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고, 어른 장정만 오천 명이 배불리 먹이신 사건이 얼마 전이었다. 자신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메시야가 바로 자신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듯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분께서 죽으신다는 소식은 靑天霹靂(청천벽력)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의 말을 들으라.’는 하늘의 소리에 아까의 영광스런 모습은 묻혀버리고 없었다. 예수님의 죽음에 대해 실망하고 있었다.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는 사건이 십자가였다. 그들은 영광스런 예수님의 모습은 잊어버리고 빽빽한 구름 속 혼돈의 세계 속에 있었다. 할 말을 잊어버린 사건이었다. 십자가에 묻혀 부활의 영광을 잃어버린 것이다.
나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면 제자들의 모습과 똑 닮아있다. 부활의 영광에 취해 십자가를 잃어버린 채 살아온 것이다. 죽지 않으면 다시 살 수 없는 부활의 역설을 잊은 채, 죽음 없는 부활을 꿈꾸었던 것이다.
아! 주님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