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는 아버지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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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03.05
2008-03-05(수) 누가복음 19:28-44 ‘우시는 아버지’
교회 음악이라는 학과의 특성상, 개강하자마자
제자 훈련을 떠나는 아들을 위해, 새벽부터 밥을 차리면서
함께 먹을 요량으로, 어제 어떤 지체가 보내준 찬과 밥으로
비빔밥을 만들었더니 그냥 맨밥을 먹겠다는 겁니다.
옛날 같았으면, ‘그냥 먹어’ 한마디로 숟가락 들게 했겠지만
이제, 그 정도 무안은 견딜만한 내공이 쌓여
녀석에게는 따로 밥을 주고, 이미 비빈 그 많은 밥을
화를 삭이며 혼자서 먹어치웠습니다.
밥 한 그릇 거절당해도 이렇게 무안한데
선친은 큰 아들의, 기대를 저버린 불효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10 년이 훨씬 넘은 세월을 선친에 대한 회한 때문에
시린 가슴으로 살아오면서도,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죄 많은 곳에 은혜가 많다는 말처럼
선친의 마음을 체휼하며
자식에 대한 사랑의 의미와 방법을 깨달을 수 있게 되었고
선친을 생각하며
하나님을 아버지로, 한 번이라도 더 부르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라는 호칭이 정겹고
아버를 자주 부르고 싶어지는 마음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새록새록 자라고 있음을 느낍니다.
41 가까이 오사 성을 보시고 우시며
42 이르시되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흘리신 눈물도 많은데
오늘도 아버지는 우십니다.
자식을 화평의 길로 인도하고 싶은데
여전히 부족한 자식은 밥 한 그릇에 무안해하며
주신 화평을 누리지 못하고
아버지 주시는 사랑의 만 분의 일도
본받지도, 실천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우시는 아버지를 묵상할 때
나 때문에 많이 우셨을, 그래서 암이 더 빨리 자랐을 선친이 생각났고
아직도 자주 넘어지는 아들 손 잡아주시느라
늘 마음 졸이시는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오늘, 내가 존재하는 이 날(this day)에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 안에서
자식의 권리로 화평을 누리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암 세포와 모욕과 수치, 조롱은 내가 다 지고 갈 테니
너는 오직 내 아들 된 공로 하나만으로
화평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어깨 두드려주시니
값없이 주시는 그 은혜 힘입어
택함 받은 그 공로 하나만으로 아들 된 자존감을 회복하여
내 아들을 화평으로
내 가족, 공동체를 구원으로 인도할 수 있기를 아버지께 간구하며
자식 된 도리를 다 할 것을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