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본 것 만으로도 감사하고,
항상 기뻐하라 - 이게 되는 이번 시험이었습니다
시험을 보러 가면서도 이거 시험보는 거 맞나.. 왜 봐야 하나.. 떨어지면 무슨 망신일까..등등 잠깐씩 스치는 생각들에 참 한심했습니다. 아말렉 청년을 분별하는 것 하고는 좀 다르다 싶습니다.
일단 시험을 봤지만, 6과목중 혹시 2과목이라도 붙을까..
한과목도 못붙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길면 다섯줄인데, 전부 주관식, 한 과목에 네 문제씩 나#50828;습니다. 예시문제도 안 주었고, 오픈 북도 아닌, 정말 암담한 시험준비였습니다. 그런데, 시험보는 사람들 모두 열 줄은 기본이고, 백지를 달라고 해서 스태플러로 찍어서 두어페이지씩 내는 겁니다.
먼저 나가면서 언뜻 보니 제대로 잘 쓰는 것들 같았습니다. 저는 길게 쓰는게 좋다고 해서 길게 쓴게 그 정도인데..
시험보는 날 토요일은 아침부터 많은 안좋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토요일이라 사람도 없을 것이고 온전히 앉아서 머리를 정리하며 가야지..하며 탔던 버스에 제가 탄 곳에서부터 내릴때까지(40분) 지방에서 올라온 중1여중들이 떠들기 시작하여 내릴때까지 차가 움직일때마다 괴성을 질렀습니다.
또한 시험을 치기 막 시작했는데, 앞에 앉은 안면있는(예수님 믿는) 사람이 컨닝을 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전에 앞에서 컨닝하는 사람을 참다가 공황장애가 와서 하나도 못쓰고 빵점 맞은 적이 있는 저이기에 감독관한테 말해서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한번만 간단히 보면 참으려고 했는데, 페이지를 침 발라가며 넘기며 보아서) 만약 그때 아무 말도 못했으면 시험 6과목 다 망쳤을 것입니다.
그런데 참 기뻣습니다. 제가 이 대열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적용이기 때문입니다. 한과목은 아예 쓰지 못했는데, 아는 척 뭉게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고, 다음 과목을 위해서 사람들이 깜짝 놀라게 10분도 안되어 나왔습니다. 솔직해질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저는 떨어지는 게 맞습니다. 그들처럼 그렇게 잘써야 정신분석가 라는 말 듣죠.
아직도 내 것이 되지 않았기에 짧게도 쓸수 있지만, 길게도 쓸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생각이 안나서, 아침9시부터 오후5시까지 (중간에 점심시간 2시간) 앉아있는데, 그걸 버티는 것만도 이 노인네(60먹은 것을 잊어선 안된다고 저 자신을 항상 깨우칩니다)에겐 힘든 것입니다.
그러면서 실제 또 기뻤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떨어지면 감사하라는 것이 저절로 되는것이 실력이 없어서도 그렇지만, 이 어마한 주관식 문제 앞에 조금이라도 생각나고 쓰는 것이 기뻤고, 감사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조금씩 생각나는 겁니다.
그런데 어제 대박!!
목사님께서 휘문에 오셨는데, 가운데서 안내하므로 나가실때 눈인사 드렸습니다. 그런데 잠시 멈칫 하시더니 "집사님, 어제 시험 잘 봤어요?" 하시는 겁니다.
가슴이 뛰고, 오후에 직장목장 하면서 가슴이 너무 벅차 말하고 또 말하고 했습니다. 목사님께서 나 시험보는거 기억하셨다고...
저녁때쯤 밀린 빨래도 두 탕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아 목사님께서 엄마에게도 받지 못했던 사랑과 관심을 표명해주신거구나. 어릴 때 받지 못한 관심을 받아서 이렇게 기쁘구나..시험공부 하기 힘들었는데, 그걸 인정해주시니 이렇게 기쁘구나.
떨어져도 붙어도 감사하지만, 더 감사한 것은 앞으로 9월에 마지막으로 있을 시험을 매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겁니다.
4월에 오토 컨버그
5월에 정신분석 일반
6월에 도널드 위니캇과 로날드 페어베언
7월에 하인즈 코헛, 8월에 멜라니 클라인, 이렇게 공부해야겠다고 쓰지않아도 머리 속에 계획도 잡힙니다.
내 옆에서 시험보는 사람이 거기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었는데, 볼펜소리도 똑똑거리며 얼마나 잘 쓰던지 저도 다음엔 그렇게 적고 싶습니다.
확실히 떨어지는거 당연한데 마음이 기쁩니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은 기쁠 수 있습니다. 기도해준 학생들에게도 출근해서 말해야 합니다. "나 떨어진거 기뻐.." 아직 결과는 안나왔지만 잘 붙으면 2과목, 아니면 빵이야.. 이러고 시험보는 내내 떠올랐던 감사에 대해 말해주겠습니다.
제 옆에 똑똑히 잘 쓰던 그 분에게 큐티인을 주고 왔는데..
그 조교수님(성이 조씨이고, 유아교육과 교수라는 것만 압니다)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이번에 vip로 온다고 기적같이 대답한, 그동안 주욱 기도하던 철이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계속 기도하고, 앉으나 서나 기도하고, 치료하는 동안 구원만 생각해보겠습니다. 떨어질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에서는 한 두과목만이라도 붙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