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식구들의 분별력으로
사무엘상 9:1-14
한 달 전에 정부 기관에서 오늘 날짜로 새벽 강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새벽 강의가 힘들긴 하지만 대부분 강의료가 많고 열정적으로 듣는 사람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 일찍 요란하게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잠을 깨어 받아 보니 제가 강의 가기로 했던 기관의 여자 담당자가 ‘왜 강의장에 안 오시냐’고 했습니다. 놀라서 서로 확인하다 보니 제가 처음부터 날짜를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몇 번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위치와 시간만 확인했을 뿐 날짜는 신경도 안 쓰고 있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오전에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내고 오후에는 직접 통화도 했습니다. 기관의 담당자도 처음에는 황당해 하더니 이내 ‘다음 번 강의에 와 주실 수 있냐’고 했습니다. 저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몇 번이라도 달려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기분이 풀렸는지 ‘한 번은 공짜로 해 주시고 한 번은 유료로 해 주시면 되겠네요’ 하고 웃으면서 통화를 마쳤습니다.
저녁에 목장 예배에 가려는데 그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가 와서 이번 강의는 강의료 없이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앞서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목장예배를 인도하면서 목장 식구들에게 제가 찝찝한 이 일을 어떡하면 비방하지 않고 분별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모두들 여러 가지 좋은 조언의 말씀을 주셨는데 대부분 강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중에서 연예인 집사님이 과자를 예를 들면서 공짜는 돈을 내고 사 먹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는 말씀에 공감이 갔습니다. 그 집사님 자신은 돈이 입금이 안 되면 강연이나 공연에 가지도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담당자에게 ‘제가 전례가 되면 다른 강사 분들께도 적용될 것 같아 이번 강의를 안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오늘 말씀에 나오는 사울은 아버지가 암나귀를 찾으러 가라면 가고(3절) 자기 몸보다 걱정하실 아버지 때문에 두려워하고(5절) 사환의 말도 따라 하고(6절) 드릴 예물부터 챙기는(7절) 효자요 어진 사람입니다. 저도 예전 같으면 사울처럼 점잖은 체면에 거절도 못 하고 싫은 말도 못 하고 시키는 대로 하면서 속앓이를 했을 것입니다. 그 동안 저는 믿음이 아니라 품성으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행동했습니다. 그러니 제 자신이나 객관적인 상황 파악 보다 상대방의 눈치를 먼저 살폈습니다. 그러나 오늘 분별할 줄 아는 공동체 식구들의 권면으로 상대를 비방하지 않고 제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공동체의 힘으로 제가 분별할 수 있게 됨에 감사가 되었습니다.
적용 :
다음부터 강의 일정을 잘 챙기고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잘 판단하도록 분별력 주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