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본성으로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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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01.21
2008-01-21(월) 누가복음 6:39-49 ‘집으로, 본성으로’
어제 늦은 저녁, 부부가 마주 앉아 밥을 먹는데
아내는 TV 드라마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일주일 중에 부부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주일 저녁에도
아내는 3 개 방송국을 돌아다니며 드라마 보느라 바쁘기만 합니다.
토요일 분량도 애들에게 다운 받아놓게 해서
인터넷으로 볼 수 있으니 연결이 되지 않는 스토리가 없습니다.
‘너는 똑똑하고...어쩌구 저쩌구... 근데 마음이 없어’
몇 십 년을 봐도 질리지 않는 국민 배우 정혜선씨의 대사에
기회를 놓칠세라, 아내도 한마디 합니다. ‘당신도 그래’
가격이 싼 대신 배달을 해주지 않아,
추운 날씨에 한참을 걸어가 사온 피자에
한 쪽엔 치즈, 한 쪽엔 생크림 발라 샌드위치처럼 포개놓은 호두 바게트...
내가 좋아하는 삼겹살, 김치찌개 포기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메뉴로
정성껏 차리고 생색 좀 내려는데 마음이 없다니...
돈이 없다면 몰라도 마음이 없다니...
서운한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내 삶의 결론이라 생각하며 생색을 거두니 마음이 편해지고
오히려, 내가 못 풀어주는 스트레스를 대신 풀어주는 드라마에
고마워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두고 보자...애들 시집 장가가고 단 둘이 남아도
드라마나 보며 남편 무안 줄 수 있을지...
유치한 생각을 잠깐 하다가 이내 부질없음을 깨닫고
결국, 더 나이 들어 기력도 바닥나기 전에, 몸이라도 있을 때
아내의 마음을 얻어야겠다는 결심을 해보지만
이미 속까지 다 뒤집혀 샅샅이 드러난 내 마음 속 어디에
아내를 감동시킬만한 선한 구석이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옵니다.
그래서 의지할 곳은 말씀밖에 없음을 또 깨닫게 됩니다.
내가 못된 나무든, 좋은 나무든, 가시나무든, 찔레든
생긴 모습 그대로 주님 앞에 나아가
들은 말씀을 삶에 적용하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아내로 하여금, 선한 구석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남편 바라보는 일 그만두고,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을뿐 아니라
감동도 백 배, 천 배 많은 말씀에 매달려
그 안에서 스트레스도 풀고 기쁨도 누리도록 하는 게
아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입으로만 주여 주여 외치는 외식을 버리고
말씀을 좇아 힘써 행함으로
입이 아니라 마음으로 신뢰 받는 남편이 되어
집으로, 본성으로
아버지 계신 그곳만 바라보며
아내 손 꼭 잡고 걸어갈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