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7 시편 33:13~22
우리의 도움과 방패 (연체 인생)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 말이 있는데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뭐가 바뀌어 있고 소위 트렌드라는 것에 민감한 세상이 되어 있습니다. 십여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을 누구나 다 들고 다니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집집마다 정수기와 청정기를 렌탈하고 ,TV도 인터넷과 함께 몇 년 약정을 해야만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일명 노예계약이라고 불리는 '약정'과 각종 '할부금'에 묶인 삶이 요즘 사람들의 생활 패턴인듯 합니다.
지금 스물 네 살이 된 첫 아이를 낳았을 때, 김포공항 바로 옆에 위치한 서울 변두리에 살고 있었는데, 연탄 보일러를 떼는 비좁은 단칸방에서 정말 가난하게 살았기에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이 분유값이 없어서 온 집안을 다 뒤져서 십 원짜리까지 긁어모아 분유 한 통을 사서 집에 돌아오는데 유모차가 돌부리에 걸려 덜컹거리면서 그 분유통이 8차선 도로 쪽으로 굴러 들어갔던 아찔한 기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차에 치이는 것보다 분유통이 차에 치일까봐 목숨 귀한 것도 모르고 도로로 달려 들어가서 간신히 분유를 구해오던 (?) 기억....... 아직까지도 그 때의 물질적 어려움을 생각하면 웃음은커녕 잊고만 싶을 정도로 비참한 세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가 물질적인 어려움을 겪어보니 그 때와는 세월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아이 분유값이나 먹을 것이 없어서 어려운 사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쓰지 않아도 끼니 때우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통신비나 인터넷, TV, 정수기 렌탈요금, 카드값 이런 것에 빈곤이 느껴지니 말입니다.
8차선 도로로 분유가 굴러들어갔던 그 시절엔 남편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연탄 보일러에 꽁치 두 마리와 김을 소금 뿌려 굽고 김칫국 하나를 끓여 소박한 밥상을 차려 먹으면 그 맛이 꿀맛이었습니다. 공동 화장실이 외부에 있기에 겨울이면 얼어붙어 물이 나오지 않아 사용을 못했지만 화장실이 내부에 있는 앞집이나 뒷집에서 해결을 해도 괜찮았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할부금, 약정, 렌탈, 이런 것은 없었습니다. 그냥 당장 오늘 먹을 쌀이 있고 분유값과 연탄이 있으면 마음이 놓이는 시절이었습니다.
웃풍이 코끝을 얼게 하는 단칸 방에 아이 기저귀를 장식처럼 주렁 주렁 걸어놓고 잠을 청하던 옛 생각에 잠시 잠겨봅니다. 지금 그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이 땅에 없기에 저에게는 더욱 가슴 아픈 추억입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18절과 19절에 여호와는 그를 경외하는 자 곧 그의 인자하심을 바라는 자를 살피사 그들의 영혼을 사망에서 건지시며 그들이 굶주릴 때에 그들을 살리시는도다. 하는 말씀에 지난달과 이번 달에 연체 되어 있는 많은 요금들에 대해 묵상이 되어 이렇게 옛 일까지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줄줄이 연체 되어 있는 많은 요금들 안에는 줄일 수 있는 지출이 얼마나 많은지, 더 쓰지 않아도 분명히 살 수 있는 여지가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분유를 먹일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감사하고, 지금은 물질로 당연히 훈련 받아야 할 시기이기에 너무 감사합니다. 어렵다, 어렵다가 아니라 연체와 굶주림이 곧 사는 길, 살리시는 훈련임을 깨닫게 하시니 은혜, 또 은혜입니다.
이번 주에는 남편에게서 생활비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힘들고 초조한 게 아니라 그냥 감사하고 은혜가 넘칩니다. 마음이 평안하고 그저 하나님 한 분만 바라보게 되어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쁨이 넘칩니다. 아이들도 군 말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보다 더 짠돌이와 짠순이가 되어가니 흐뭇하기까지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하심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바로 지난달까지만 해도 남편에게서 한 달 160만원 생활비가 송금되고 집 월세는 따로 들어오던 것이 너무 작다며 불평하던 점에 대해 깊이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적용]
남편에게서 생활비를 조금 줄여서 받고 집 월세는 스스로 해결할 만큼 아르바이트 시간을 점차 늘려 하겠습니다.
줄일 수 있는 고정 지출을 최대한 줄이도록 아이들과 함께 애쓰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살리시기 위해 주시는 물질의 훈련을 감사한 마음으로 잘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