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문둥병을 앓아야 하는지...
작성자명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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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01.16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저에게 대시며” (누 5:13)
요즘 정권이 바뀌다 보니 공무원 사회가 뒤숭숭합니다. 제가 일하는 연구원도 정부기관 산하에 있다 보니 이번 조직개편에서 마냥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비록 연구기관이지만 기구축소와 효율성을 지향하는 새 정부의 방침에 맞춰서 불필요하다고 지적되어온 부서가 없어지고 기능별로 다른 부서에 통합되는 내부적인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또한 몇 년 뒤에 있을 국제행사의 준비를 위한 조직이 신설되고 필요한 인력들이 이동하는 내부적인 조직개편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있는 연구실의 실장님이 이러한 개편에 따라 이번에 다른 부서로 이동하시게 되었습니다. 본인은 원치 않는 인사 이동이지만,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몇 십 년 근무하던 곳을 떠나 자신이 왜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지 해석되지 않아서 실장님은 며칠 동안 일에서 손을 놓고 고심하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실장님이 연구실을 떠나게 된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겉으로 드러내지만 않을 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희 실장님은 경력으로만 보면 벌써 과장급으로 올라가셔야 하지만 오랫동안 승진에서 누락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커서 후배 연구사들이 자신을 무시하거나 과 내에서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주 혈기를 내시곤 합니다. 모두들 그런 모습에 질려서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고 연구도 함께 하려고 하지 않는 그야말로 왕따가 되신 분입니다.
오늘 아침 누가복음 말씀에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는 문둥병자에게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저에게 대시며” 치유해주셨습니다. 그 문둥병자는 예수님이 자신에게 손을 대신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남들이 다들 무시하고 멀리하는 그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주시는 분입니다.
저는 오늘 아침 말씀을 묵상하다가 주님께서 저희 실장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도무지 내가 왜 문둥병을 앓아야 하는지 해석되지 않아서 고통 받은 저희 실장님의 모습에 주님께서 얼마나 아파하시는 지를 알고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이곳으로 인도하신 것이 바로 실장님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깨닫고, 지난 일년간 함께 지내면서도 애통함으로 기도하지 못한 나의 믿음 없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말씀에서 한 중풍병자를 살리기 위해서 지붕에 올라가 기와를 벗기고 침상을 내리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정말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토록 애쓰는 그 모습에 너무나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실장님이 저토록 수고하시는 것이 모두 나 때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 한참을 울었습니다.
떠나시는 실장님께 목사님이 쓰신 ‘복 있는 사람은’ 책과 함께 복음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써서 드리려고 합니다. 주님이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주님의 사랑을 받는 실장님이 얼마나 복 있는 사람인지를 전하려고 합니다. 부디 그 분의 심령에 주님이 찾아가셔서 위로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