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성탄절
작성자명 [오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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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12.26
기쁜 날이라는데
감사한 날이라는데
우울한 성탄절입니다
어제 예배드리러 가기 전
남편이 다음 날인 성탄절엔 술을 팔지 않는다며
예배드리고 오면 늦은 시간이라 가게 문을 닫는다며
이틀동안 마실 술을 준비합니다
집엔 전날 마시다 남은 술이 있는데도..
예배 드리러 갈 준비를 다한 남편이지만
이미 내 머리속의 온갖 세포가 작동을 합니다
당신이 속이 버려 죽기 전에 내가 화병으로 먼저 죽겠다고
누구든 하나가 죽어야 끝이날 것 같다고
교회 가려던 남편이 심사가 뒤틀려
재켓을 벗고 신발을 벗는데도
붙들 마음도
잘못했다고
이젠 그런 말도 하기 싫습니다
이젠 내 죄 보기도 지쳤습니다
될대로 되라고
아이들만 데리고 교회 가는데
눈물도 나질 않습니다
그냥 멍하니 앉아 있다 온 예배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서로 인사하는 교인들 틈을 비집고
집에 돌아보니
남편은 이미 술에 취해 잠이 들었고
불꺼진 거실에서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기를 몇시간..
눈물도 말랐나봅니다
올 리 없는잠
엎치락 뒤치락 그렇게 밤을 세우고
성탄절 아침 일어나
무슨 마음에서인지 해장국을 준비합니다
축쳐져 있는 내게 눈치 빠른 작은 아이
자꾸 말을 시키지만
오늘 몇마디 안한 듯합니다
집안에 말없는 사람들이 왔다갔다 합니다
이 말없는 행동들이 남편으로 하여금
술을 더 마시게끔 재촉한다는걸
너무 잘 알지만
벼랑끝이면 무서운게 없습니다
얼음 꺼내는 소리
잔이 채워지는 소리
이대로 있다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습니다
작은 아이를 불러
영화보러 가자
남편만 남겨두고
영화 보고 돌아오는 거리엔
예수님 탄생을 알리는 불빛들은 환한데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내마음은 여전히 우울합니다
주님..
오늘은 저 내 마음대로 살았습니다
주님없는 사람같이..
내 소견대로..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는 생각조차없이
내 마음 내키는대로 살았습니다
내일이면 눈물 쏟으며
잘못했다고 엎드릴 망정
오늘은 이렇게라도 내마음대로 해야
숨이 쉬어질 것같은
주님 탄생한 우울한 성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