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3편
나는 뤼르봉 산에서 양을 지키는 목동이었는데 몇 주일 동안
사람 구경을 못 해 사냥개 라브리와 양들을 데리고 혼자 목장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외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
산 아래 소식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2주일 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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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치의 식량을 실어다주는 우리 농장의 노새 방울 소리가
들릴 때 나는 한없이 기뻤습니다. 그때마다 그들에게서 누가
영세를 받았는지, 어느 아가씨가 결혼을 했는지,
그동안 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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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듣고 싶은 소식은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 아가씨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아가씨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체 하면서 아가씨가 자주
파티에 참석했는지, 저녁 나들이를 하는지, 아직도 멋진 남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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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환심을 사려고 오는지 등을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어느 일요일, 그날따라 보름치의 식량이 아주 늦게 도착했습니다.
나는 특별 미사 때문이거나 소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노새 방울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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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노새를 몰고 나타난 사람은 꼬마 미아로도
늙은 노라드 아주머니도 아닌 바로 스테파네트 아가씨랍니다.
노새에서 내린 아가씨가 꼬마는 아파서 누웠고
노라드 아주머니는 휴가라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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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은 이곳으로 오다가 길을 잃어 늦었다고 말했습니다.
오, 너무나 귀여운 모습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질 않았습니다.
이제껏 그렇게 가까이서 아가씨를 바라본 적이 없었습니다.
겨울에 양떼가 들판으로 내려가면 농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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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때도 있었는데 오직 나만을 위해 지금 바로 내 앞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아가씨는 내가 잠을 자는 곳 양가죽을 깐
짚으로 된 침대와 벽에 걸려있는 두건 달린 외투, 채찍, 구식
엽총 따위를 보고 재미있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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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혼자 산 단 말이지
"정말 가엾기도 해라"
"밤 낮 이렇게 외롭게 지내니"
"얼마나 지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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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보내?"
아가씨, 당신만을 생각합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어쩔 줄 모르는
내 모습에 재미를 느낀 아가씨는 더욱 짓궂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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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가씨가 가끔 찾아오니?"
"그 여자 친구는 황금 양이나 산꼭대기를 뛰어다니는 에스테일
것만 같구나." 이렇게 말하며 머리를 뒤로 젖히고 귀엽게 웃는
모습이 진짜 에스테일 요정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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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어,"
"안녕히 가세요. 아가씨."
아가씨가 산길 속으로 사라진 뒤에도 노새의 발굽에 채어
굴러 떨어지는 돌맹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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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달콤한 꿈이 연기처럼 사라질까봐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산골자기들이 차츰 푸른빛으로 어두워지고 양떼가 서로
몸을 비비고 우리를 돌아올 무렵이었습니다. 그때 언덕 아래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그리고 아가씨가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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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가씨는 아까처럼 밝게 웃는 얼굴이 아니었고 물에 흠뻑 젖어
추위와 무서움에 떨고 있습니다.낮에 쏟아진 소나기에 소르그 강물이
불어났던 것입니다.아마도 아가씨는 강을 건너려고 애를 쓰다가 그만
물에 빠진 모양입니다.더욱 난처한 것은 이제 날이 저물어 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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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간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아가씨를
안심 시키려고 있는 힘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여름밤은 아주 짧습니다.
조그만 참으시면 됩니다."나는 서둘러 불을 피우고 젖은 옷을 말렸습니다.
그리고 아가씨에게 우유와 치즈를 가져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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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잘 것 없는 우리 안이지만 아가씨가 다른 어느 양보다도 귀하고
순결한 한 마리 양처럼 나의 보호를 받으며 고이 자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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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문이 열리며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나타났습니다.
아가씨는 양들이 바스락 거리거나 '메'소리를 내며 울어댔기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나는 염소 모피를 벗어 아가씨에게
덮어주고 모닥불에 장작을 더 넣어 주위를 따듯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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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네트 아가씨는 부스럭 소리만 나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내게로 바짝 다가앉았습니다. 두 사람은 밤하늘의 별똥별에 대하여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은하수, 오리온, 북두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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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목동들 별이 가장 아름다워요.
그 별은 우리가 새벽에 양떼를 몰고 나갈 때나 돌아올 때 언제나
우리를 비춰주는 별이거든요" 우리는 그 별을 마글론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별들의 결혼에 대하여 설명해 주려고 할 때 무엇인가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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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내 어깨위에 사르르 닿았습니다.
그것은 잠들어 버린 아가씨의 머리였습니다.
아가씨는 먼동이 떠오르고 별들이 그 빛을 잃을 때까지 꼼짝 않고
그대로 있었습니다. 나는 그 잠든 얼굴을 지켜보며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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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저 많은 별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고이 잠자고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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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는 나의 목자(1-4)
a.나의 목자가 되신 여호와:1
b.공급하시는 여호와:2-3
c.보호하시는 여호와:4
여호와는 나의 접대 자(5-6)
a.나에게 상을 차려주시는 여호와:5
b.나는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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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이신 주님, 방어능력도 없으면서 고집불통인 저의
목자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릇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간 내게 또 찾아와 주었사오니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있을 때라도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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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의 품위를 잃지 않겠습니다.
2013.12.26.thu.헤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