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목장예배를 끝나고 저녁에 아주 오래된 친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여고시절 그 친구가 노래를 무척 잘해서 ‘거리에 찬~바람 불어 오더니....’
찬비라는 노래를 부르며 팔짱을 끼고 낙엽 쌓인 가을 남산길을 함께 걷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친구입니다.
함께 신앙을 고민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했었고 지금도 연락을 주고 받으며
살고 있지만 만난 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전에는 밖에서 만나 밥 먹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 하다 헤어졌는데 엊저녁 그
친구가 갑자기 아파트 동호수를 물으며 우리 집으로 온다고 했을 때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시집이 부자이며 나보다 꽤 넓은 평수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순간
비교가 되고 '그냥 밖에서 만나면 되지... 왜 집으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살고 있는 집에서 만난건 신혼 초와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뿐이었습니다
이미 전철에서 내려서 오고 있는중 이라는 연락을 받고 잠시 이런저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오늘 목장예배 때 처음 집을 오픈했던 집사님이 집과 음식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카톡으로 냉정하게 날렸던 문자가 눈에 아른거리며 미안해졌습니다.
‘나는 이런 형편없는 집에서 살 사람이 아니라는 그 마음을 내려 놓으면
편해 질거라는....'등 등.
친구가 온다고 하여 저도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자니 그 냉정한 문자가 스스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왔습니다.
내가 친구들 보다는 잘 살고 싶다는 마음...
내가 너희들 보다는 무엇이든 잘했는데... 라는 인정받던 기억과 우월감
지금도 여전히 저는 그렇게 괜찮아 보이고 싶은 고질적인 병이 있습니다.
우리들 공동체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 숨길 것이 없다지만 같이 예수를
믿어도 비교가 되는 이 열등의식은 뭘까... 잠시 동안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남편 저녁상 차리느라 생선을 구었던 매캐한 냄새.. 된짱찌개.. 김치 냄새...
집안 전쟁의 흔적으로 성한 곳이 없는 문짝들... 어쩌란 말인가..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촛불을 켜놓는 것 밖에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평소 목장예배를 드리며 긴장한 탓에 청소된 화장실과 약간의 정리정돈..
남편의 깔끔병에 너무 흩어진 모습이 아닌것이 다행이고 순간 감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감사한 것은 '그래... 내가 누구에게 뭘 잘 보이려고....
있는 모습 그대로 보이자... 평소 목장식구들에게 다 보여준 집인데... '
움츠렸던 마음이 담대함이 되어 반갑게 친구를 맞이하였습니다.
전혀 준비가 안 되었지만 조촐한 저녁밥을 함께 먹으면서도 아주 편안하게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친구에게도 저에게도 진리의 성령이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니
세상의 모든 허물과 환경이 문제가 안되는 평안함을 주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사랑.. 사랑...
우리안에 예수님이 계시면 편안한 사랑이 삶에서 묻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잠시 요동을 하여도 그 은혜에 힘입어 두려움은 사라지고 용기와 평안함이
허물없는 사랑이 되어 오고 가는 것을 알았습니다.
누구를 만나든지 먼저 기도하며 인정받으려 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만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