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고 더러운 소변기를 닦으며...
작성자명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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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10.31
오늘 말씀(행21:17-26)에 나오는, 여전히 비본질적인 율법에 집착하는 예루살렘 교회의 유대인들의 모습을 통해 저의 죄를 보게 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주일에 있었던 “집으로” 전도 축제를 앞두고, 전날인 토요일 오후에 교회 대청소가 있었습니다. 의자를 일일이 거품내어 닦고 카펫을 청소하고 운동장과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뜨거운 섬김의 장이었습니다.
오전에 목장 식구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를 보내고서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려는데, 집사람과 아이들이 가는 길에 인근 공원에 좀 내려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집을 나설 생각을 않는 집사람 때문에 슬슬 저의 혈기가 발동을 하더군요. 결국 택시 타고 가라는 말을 남기고 저는 교회로 향했습니다.
교회로 오는 동안에도 “어차피 시간 맞춰 나서지도 못할 거면서 왜 나까지 늦게 하는지...” 집사람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쉬 가라앉지 않더군요. 그렇게 혈기가 솟구쳐 난폭하게 차를 몰아 교회를 들어서려는데, 갑자기 “주님께서 이런 나를 반기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교회를 섬기는 일이 제게는 하나의 율법이 되어 버렸습니다. 섬기는 가운데 자유함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저를 강하게 구속하는 율법이 되어버려서, 그야말로 율법에 열심인 자가 되어가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가족을 주님의 사랑과 희생으로 섬겨야 하는 본질보다는, 교회를 잘 섬기고 있다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내가 율법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비본질에 집착하였던 것이지요.
그날 저는 화장실청소를 자청해서 했습니다. 장갑을 끼고는 있었지만 소변기에 손을 넣기가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그 냄새 나고 더러운 소변기가 바로, 주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날 가족들을 원망하며 혈기부리던 나의 죄를 주님께서 씻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변기를 닦았습니다.
주님의 인도하심을 쫓아 예루살렘으로 입성한 바울은 형제들로부터 기꺼이 영접을 받았습니다. 그에 반해 이처럼 본질을 잃고 율법에만 열심인 저를, 저의 겉 모습에 속아 그동안 기꺼이 영접해 주신 공동체의 지체들에게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부디 천국 문 앞에서 주님의 영접은 고사하고, 저를 외면하지 않으시기만을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