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연약한 아내의 발되기를 간구하오니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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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10.11
2007-10-11(목) 사도행전 14:1-18 ‘더 연약한 아내의 발되기를 간구하오니’
어제 수요 예배를 가려고 교회로 향했는데 마음이 영 편치를 않았습니다.
숭실대 개교 기념행사로 포장마차를 하루만 치워달라고 해서
전날 영업 끝내고 시작한 일이 새벽 5시까지지 이어지는바람에
몇 시간 자지도 못하고 모처럼의 휴일을 더 바쁘게 보낸 아내가
내가 교회에서 예배 보는 시간에, 철거보다 어려운 재설치를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수요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목원들에게 전해주어야 할 목사님의 설교도 중요하지만
정작 예배에 참석해서 자꾸 말씀을 들어야 할 사람은 아내라는 생각에
발길을 숭실대로 돌렸더니 예상대로 일이 산더미였습니다.
전선의 피복이 다 벗겨져 합선의 위험이 있었고,
교체 없이 겨울을 나려면 천막의 연결 부위를 꼼꼼히 묶어야 하는데
둘 다 아내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설치를 끝내고 얼굴에 엉겨 붙은 땀과 먼지도 닦지 못하고
아내와 함께 목장에 도착하니 11시, 맞아주는 목원들이 더 반가웠습니다.
아내는 피곤해서 눈이 거의 감겼지만 나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9 바울이 말하는 것을 듣거늘...구원 받을 만한 믿음이 그에게 있는 것을 보고
성전 미문에서 구걸하던 못 걷는 사람은 아무런 공로 없이 걷게 되는 은혜를 입었는데
본문의 발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말씀을 듣고 믿음이 생겨 걷는 은혜를 입었습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고, 나도 열심히 들어야 할 연약한 믿음이지만
아내는 더 이상 들음에서 소외되거나 게을리 하면 안 되는 사람이기에
허기지고 몰골이 숭악한 사람을 끌고 목장에 참석했던 것인데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한 말이 나를 기쁘게 했습니다.
도와줄 사람을 구해서라도 수요 예배를 거르지 말아야겠다는...
누구에게나 있는 고난을 물질로 주시어 훈려의 때를 지나고 있는
지난 몇 년의 쌓인 피로가 싹 가시는 감격의 멘트였습니다.
영생을 주시기로 택정하사, 완악하고 강퍅한 내 마음을,
말씀의 황무지나 다름없던 아내의 마음 밭을 갈아엎으시고
사모하는 마음으로 말씀의 씨를 간구하게 하시니
우리 부부의 지나온 몇 년이,
세상에서의 실패를 하나님 나라의 성공으로 바꿔 가시는 이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지는지요.
말씀을 사모하여 들음으로 구원 받을 만한 믿음이 생기고
그 믿음에 대한 응답으로 일어나 걷는 은혜를 입은 본문의 앉은뱅이를 보며
아직 연약한 내 발이지만 더 연약한 아내의 발되기를 간구하오니
아버지, 우리 부부의 발걸음이
항상 말씀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하여주시고 듣기에 힘써,
아버지께 허락 받은 이 땅의 연한을 채우는 동안에
튼튼한 두 발로 걷는 인생 되게 하여 주옵시고
더 연약한 영혼 손잡아 일으켜주는 인생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