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인 예은이가 어제밤 귀가하면서 '아빠! 오늘 정말 빡치는 일이 있었어~' 하면서 다소 상기된 얼굴로 말하는데 들어 보니 정말 황당한 스토리였습니다. 아이 말인 즉,
몇일 전 교실에서 자신의 EBS 영어 관련 서적 한 권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자신이 방송 들으면서 깨알같이 메모해 둔 중요한 필독서인데 없어져서 이곳 저곳을 죄다 찾아 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해 속상해 있었던 차에, 어제 밤 A라는 여학생 말이, 자기 남친(고2)이 수행평가하는데 그 책이 필요하다고 해서 주변을 살펴 보니 예은이 책이 눈에 띄어 예은이 동의도 구하지 않은채 그냥 줘 버렸다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남학생이 예은이 책을 어디다 두었는지 모른다는 것이고 A여학생은 진정어린 사과도 하지 않은채 그냥 그래서 줘버릴 수 밖에 없었다는 정황만 예은이에게 설명하고는 그냥 집에 가버렸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예은이는 집에 오면서 점점 부화가 나서 제게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물어 왔습니다.
해당 서적이 그렇게 중요한 책인지 여부와 만회할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묻고는 일단 담임샘에게 말하라고 했더니
(아이 말이) A는 담임이 편애하는 아이로 서울대 갈 아이라 담임이 자기 편을 들어 주지 않을 거라고....
(제 말이) 일단 네 주변의 다른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라고 했더니,
(아이 말이) 그러면 뒷담 깐다고 아이들이 싫어할 거라고....
'오늘 12시까지 내 책을 제 자리에 가져다 놓지 않으면 함부로 남의 물건 손 댄 일에 대해서 나도 가만 있지 않을거라고... A에게 예은이 네 뜻을 분명히 전하라' 고 말해 놓고 출근했습니다.
10절에 보니 궤 안에는 두 돌판 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였는데, 저는 아침에 출근해서 한 짓(?)이 뭐냐면,
일단 아이 학교 홈피에 들어가 교칙을 다운로드 받아 A라는 아이가 어떤 교칙을 위반했으며 이에 대한 징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A라는 아이가 책을 가져다 놓지 못하거나 혹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이 좋겠는지를 묵상했습니다.
이번에 배정 받은 주일목장 부목자님이 전직 판사 출신이고 현직 변호사라고 하시던데,,,, 전화를 한번 걸어봐? 하는 생각... 내가 봐도 예은이 학교 담샘은 서울대 갈 아이라면 껍뻑 죽던데 만일 이번 일이 흐지부지 되면 시교육청에 민원 올려봐? 하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두 돌판을 밀치고 나의 궤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이런 일로 너 혼자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X 머리끄댕이라도 잡아버려~'라고 어젯밤 아이에게 그것도 조언이랍시고 말해 주었습니다. 오직 두 돌판 외에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여호와의 궤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 각양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예은이 보다 더 열 받아 A를 어찌 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저는 죄인입니다.
"... 예은아, 아빠가 어제 밤에 말한 거 취소다 ㅠㅠ 그 X 머리끄댕이 잡으면 학생부에 빨간 줄 그어진다..."
(적용) 예은이에게 문자 보내 아빠의 무익한 처방에 대해 사과하고 A와 원만히 잘 해결되기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