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마신 분노의 잔, 그로 인해 비틀걸음 치던 것과 저를 인도하지못하는 내 아들들은 무엇이었나 생각해봅니다. 하나님보다 더 사랑했기에 하나님이 “어디 네 멋대로 함 마셔봐라”고 하시며 허락한 분노의 잔은 세상의성공과 인정이라는 아주 짜릿한 향을 풍기는 술이 담긴 잔이었습니다. 오직 돈만 벌면 된다는 졸부들 취향의싸구려향 풍기는 흔한 술이 아니라 나름대로 품격을 갖추고 장인이 정성을 들여 빚어낸 명품술, 세인들의존경과 인정을 받는 그런 고상한 술잔을 높이 들고 우아한 자세로 마시는 것이 목표였고, 그런 술을 담아마시기에 가장 폼나면서도 적당한 것이 대학병원 교수, 그 중에서도 암이라는 질병을 치료할수 있다는 잔이었습니다. 그런 잔을 구해서 마시면 기분 좋게 취하면서도 다음날 숙취도 없고 건강에도 좋으리라 믿었습니다.
남들이 저와 함께 건배하자고 할 때 기분 좋았고, 남들 앞에서 제잔에 담긴 것을 자랑할 때도 좋았고, 세계 곳곳에 초청받아 다니면서 먹을 때도 좋았고, 남들이 모여서 깡술만을 먹을 때 저 혼자 따로 오디오와 자동차와 사진이라는 삼종안주세트를 곁들여 남몰래 혼자즐기며 먹을 때는 기분이 하늘을 나는 듯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 술과 잔과 안주를 남들이 부러워하며최고라고 추켜세울 때 가장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멋도 모르고 먹을 때는 좋았는데 마시는 잔이 늘어갈수록예상치 못한 일들이 자꾸 벌어집니다. 자고 일어나니 자꾸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마누라와 어머니는 옆에서 저 혼자만 먹는다고, 자기들 먹을것도 내놓으라고바가지 긁고 잔소리합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술먹느라 부재중이니 자기들은 아빠 없는 자식 같다며 불평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처음에는 몰랐는데 점차 바닥에 깔린 싸구려향의 느낌이 강하게 올라옵니다. 이런 젠장…. 지금껏 술을 잘못 골라 먹었네요. 프랑스산 진품인줄 알았던 술이 상표만 모방한중국산 짝퉁이었나 봅니다. 알아보니 같이 술마시던 친구들과 제자들 다 집에서 숙취로 널부러져 있답니다. 친구들은 그렇다쳐도 제자들까지 다 널부러져 있으니 이제 앞으로는 제가 먼저 취햇을 때 저를 집으로 데려다 줄놈이한명도 없게 생겼습니다. 다 술을 잘못 가르친 선생인 저의 잘못입니다.
다행히 저는 아내의 소개로 10년전부터 우리들샘터라는 동네 약수를 떠다마시고 있습니다. 숙취해소에 상당히 효과가 좋긴 하지만 맛이 영 심심하고 술맛을 떨어트린다 생각해서즐겨 먹지는 않았는데 오랜 시간 짝퉁에 몸과 마음이 상한 까닭인지 요즘들어 부쩍 이 약수가 땡깁니다. 아침마다한사발씩 마시는데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약수터에 가보니 같은 물 마시는 동네 사람들은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혈색들이 좋아 보입니다. 이 약수터의 물이 깨끗하고 건강에 좋은 이유는 동네 사람들을위해 늘 약수를 잘 관리하고 계시는 양재동 할머니 덕분이라 합니다. 그동안 이 맑고 깨끗한 물을 왜싫어했을까… 그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적용)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좋은걸 알려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