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을 받을 것이라
작성자명 [김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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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8.07
잠 19:15~29
어제는 그럭저럭 참고 넘겼는데,
결국 오늘 아침에 화를 냈습니다.
어젯 밤에 딸 아이가,
또 친구를 데리고 온다며 엄마 죄송해요...하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주 가까운 친구인데,
요즈음 이사 문제로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가는 일이 잦았는데,
어제도 친구를 데리고 오려니 제게 미안했나 봅니다.
그러나 딸 친구가 온다 해도 별로 제가 해 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긴 해도 그것은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딸과 딸 친구와 저와 함께 앉아 있는데,
딸이 친구 앞에서,
엄마 내가 오늘 아침에도 생각했던건데 웬만하면 양말 좀 빨아 신으시지,
왜 그렇게 양말 바닥이 더러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 제가 재치있게 대답을 하면,
그 무안함을 넘길 수 있으련만,
그런 재치가 없는 저는,
오늘 하루종일 집 안 일을 해서 그래... 하며 얼버무렸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일찍 와서 엄마 일은 도와주지 못할망정,
늦게 들어와서 게다가 친구까지 데리고 와서 고작 한다는 말이,
친구 앞에서 엄마 무안 주는 말이야...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표현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는데,
나는 아직 안 먹을 건데 왜 그렇게 상을 일찍 차려,
엄마 배가 고픈가 보지..? 하는데 그 말에 약간 비위가 상했습니다.
그 말투는 이렇게 글로 쓰면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직접 듣는 저는 이상하게 귀에 거슬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말에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째 제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현장으로 직접 나간다며 늦은 출근을 준비하는 딸 방으로 들어가 눈치 없이 딸의 컴퓨터를 켰습니다.
그랬더니,
더운데 왜 컴퓨터를 켜느냐고 투덜거렸습니다.
그래서 그냥 좀 볼 것도 있고,
나눔을 올리려고 그런다 했더니,
그냥 볼 것이 있으면 엄마 컴퓨터도 아직 그 기능은 되니까 엄마 것으로 하고,
나눔은 자기 나간 뒤에 올리라며 컴퓨터를 끄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마디 말도 안하고,
컴퓨터를 끄고 조용히 나왔습니다.
그런데 속은 그리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맹렬하진 않았아도 부글부글 끓어 올라오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노하기를 맹렬히 하는 자는 벌을 받을 것이라는...말씀을 묵상할 때는,
나는 이제 이렇게 맹렬한 노는 없는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어제 참았던 것 까지 다 생각나며 화가 났습니다.
아마 딸은,
융통성 없는 엄마, 대접받는 것만 좋아하는 공주 같은 엄마,
재미없고, 고지식하고, 눈치 없고, 그러면서 대책 없이 깐깐한 이 엄마가 숨 막힐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가끔 요즘 아이들의 말투나 행동으로 저를 대하는 딸이 황당하고 낯설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때론 다툴 때도 있고,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 하며 참고 넘어갈 때도 있고,
때론 딸의 말이 맞기 때문에 넘어갈 때도 있습니다.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감정을 당한 것 자체가,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딸과 한 마디 말을 안 한 것 자체가,
이미 마음의 벌을 받은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저의 게으른 부분을 묵상합니다.
지체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게으름도 생각하고,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게으름도 생각하고,
가난한 지체들에게 베풀지 못하는 게으름도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인자함에 게으른 것도 생각하고,
딸과 둘이 살면서,
그 딸한테 반찬 한 가지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게으름도 생각하고,
때론 혼자 밥 챙겨 먹는 것 조차 귀찮아 입으로 올리기 싫어하는 게으름도 생각합니다.
그렇게 게을러서,
별일 아닌 것에도 노가 없어지지 않는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말로, 행동으로, 마음으로,
벌을 받는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 나눔을 올리는 중에 딸에게 죄송하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역시 저는 공주 엄마입니다. ^^
그러나 같은 말씀을 듣고,
같은 말씀을 묵상하는 것만이 서로에게 임하는 벌을 면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에 어미를 쫓아내는 자는,
부끄러움을 끼치며 능욕을 부르는 자식이라는 말씀을 딸도 묵상했을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