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칭찬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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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7.19
2007-07-19 잠언10:1-17 ‘아들의 칭찬’
어제 난생 처음 아들과 나란히 앉아 예배를 드렸습니다.
아들이 수요 예배 같이 가자는 얘기를 할 때만 해도
무슨 바람이 불었나 하고 시큰둥했었는데
내가 모르던 버스 환승 방법도 가르쳐 주고
내 옆에 자리가 나자 다른 자리에 있다가 얼른 내 옆으로 옮겨오더니
예배당에 들어가서도 내 옆에 앉아, 내가 성도님들과 인사할 때
저도 반갑게 인사하며 내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었습니다.
양육 숙제의 부담도 없고, 외부 초빙 강사의 설교라서 간단히 적으려 했는데
옆에서 열심히 필기하는 아들에게 뒤질세라 경쟁하듯 적다보니
설교가 끝날 무렵에는 손목이 뻐근할 정도였습니다.
엊그제는 아내와 함께 수련회에 참석해서 오붓한 시간도 갖고
은혜도 두 배로 받았는데 어제는 아들과 함께 예배드리는 호사를 누리다니...
오늘 본문의 아비를 기쁘게 하는 지혜로운 아들을 묵상하며
어느덧 아비 되어 자식에게서 기쁨을 누리는 나를 보니
생전에 선친께 기쁨 드린 일보다 근심 끼쳐 드린 일이 많았음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이제 어미의 기쁨이 되려 해도, 근검이 몸에 배신 어머니성격 탓에
이민 가신 후 전화 통화도 거의 못했고, 어제 밤처럼 꿈속에서나 만나 뵙고
잠 깨면 생각도 안 나는 대화하며 사는 게 내 효도의 전부입니다.
이게 다 내 삶의 결론임을 알게 된 것도 아버지께 받은 큰 은혜인데
어리석은 아비가 지혜로운 아들에게서 기쁨을 누리는 은혜까지
덤으로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아들이 제 누나와 싸우다가
화를 못 참아 휴대폰을 집어던진 누나에게
어쩌면 그렇게 아빠를 빼닮았냐고 비아냥거려
제 누나를 더 화나게 했다는 얘기를 아내에게 전해 들었을 때
화도 안 나고 눈물만 나와 ‘내 삶의 결론이다’를 수없이 외치며
자책하느라 회개도 하지 못했는데 어제 본 아들의 모습은,
아비에게 닮을 게 없으니 스스로 말씀 속에서 지혜의 길을 찾아
아비의 본이 되기로 작정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건 아들의 아비에 대한 격려와 칭찬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늘어나는 흰머리만큼이나 노여움이 늘어가는 아비에게
자존감을 되살려준 지혜의 선물이었습니다.
자신은 아비에게 늘 무시당하며 설움을 받았지만
어제 강사님의 설교처럼 내 은사는 공부가 아니라
성품임을 외치는 아들의 절규였습니다.
쉽게 노하고 감동 받아 점점 눈물이 많아지는 나를 보며
40대 이후에 많이 나타난다는 눈물 양이 적어지는 병,
건성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