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영화 한편을 보았다.
내가 누구이고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조차 모른 체로
길고 긴 방황의 엉겁결에 발견한 샘물같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남자 여자가 하늘, 땅으로 갈리던16세기에
양반가의 딸로 자란 황진이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자 가장 천한 기생의 신분을 스스로 선택한다.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그 삶이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앞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현실 앞에,
절망하고 오열하는 황진이 (송 혜교)의 모습이 못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주/여/어/찌/합/니/까?
황진이의 기생으로서의 이름은 명월이다.
개성에서 출생하여, 중종 때 진사의 서녀로 태어났으나,
사서삼경을 익혀 시와 서예가 뛰어났고,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하였다.
영화 속 시나리오와는 약간 다르지만
15세 무렵에 동네 총각이 자기를 연모하다가 상사병으로 죽자 기생에 투신,
문인, 유생들과 교유하며 탁월한 시재(詩才)와 용모로 그들을 매혹시켰다고 한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 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는
사또의 친구이자 문인이었던 벽계수를 농락하는 시조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생불이라 불리던 지족선사를 유혹하여 파계시켰고,
당대의 대학자 서경덕을 유혹하려 하였으나 실패한 뒤, 사제관계를 맺었단다.

2.
황진이는 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고 배웠다.
왜 그녀가 송도 3절로 불리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적어도 그녀는 송도삼절로 대우받기에 합당한 여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순정을 주었으니 순정을 받는 건 당연하질 않는가,
엔딩에서 황진이가 남은 내 인생을 당신을 위해 바치겠다고 말했듯이
나도 내 남은 인생을 기필코 그 사랑에 올-인하리라 다짐해 본다.
왜냐하면 사랑은 깨닫는 순간 사랑으로 답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 나도 목숨을 걸고 후회하지 않을 사랑을 하고 싶다.
주님, 나는 아직도 놈이처럼 쿨 가이의 환상을 접지 못한데다가
세상을 내 발밑에 두고 호령하고 싶은 어설픈 황진이 입니다.
오주여, 하나님 없이 사는 인생은 그 어떤 수고의 결과도 없음을
속히 깨달아 지금 유턴하게 도와주시고
진작에 목숨을 건 사랑을 받았사오니 나도 순정을 드리게 하옵소서.
2007.6.29/헤세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