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화요일
제목: 또 넓은 곳으로
시편 18: 16-29
저희가 나의 재앙의 날에 내게 이르렀으나 여호와께서 나의 의지가 되셨도다. 나를 또 넓은 곳으로 인도하시고 나를 기뻐하심으로 구원하셨도다.
내일이 20주년 결혼 기념일이다. 미리 얘기가 되어 오늘 연가를 내고 가까운 곳에 바람을 쐬러 가기로 했는데 막내가 꿈쩍도 안 하고 일어나지를 않는다. 버럭! 짜증이 날만도 한데, 살살 똥꼬를 간질였다. 마사지를 해준다고 어깨를 주무르기도 하고 등을 주물러주는데... 이번엔 발까지 마사지를 하란다. 나를 필요로 하고 있구나 싶어 매끈한 아들발을 주물러주는데 기쁜 마음이 든다. 그런 나를 보니 내가 대견했다. 이번 주 설교, 하나님께 드리나이다 나를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예물로 드리겠다는 기도를 한 후 달라진 점이다. 옆에서 남편은 '천사 엄마'라고 붕붕 띄우는데... 그 말은 좀 거슬린다.
신혼 여행 첫 날 저녁을 남편은 시어머니가 기차에서 먹으라고 싸준 피로연 음식, 흑임자 인절미를 먹였다. 나는 그때만 해도 "네~ 네~"하며 남편이 하는 말은 100% 옳겠거니 하며 내 의견조차 내놓지 않았다. 알아서 잘해주겠거니, 가장 최선의 것이겠거니 하는 신뢰였던 것 같다. 그게 아내로서 남편에게 하는 순종이라고 생각했었다. 남편은 단순하게 떡도 있겠다 저녁값을 아끼려는 마음이었을 테지만... 내가 철이 들면서 그게 너무너무너무 서운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떡을 싫어한다. 밥을 좋아한다. 게다가 신혼 첫날 음식을 뭘 먹을까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최소한 흑임자 인절미는 아니었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난 걸 먹으리라 생각했지 그건 아니었다.
결국 두고두고, 남편은 내게 시달림을 받았다. 지금도 가끔 "여보, 나는 흑임자 인절미는 절대 안 먹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떡인데 그 중에 가장 싫은 게 흑임자 인절미야." 하는 말을 하면 미안해한다. 그런 얘기를 공식적으로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아들들 앞에서도, 어제는 동료 앞에서도 그 얘기를 꺼냈다. 내 마음에서 많이 치유가 된 것 같다.
이젠 절기 음식으로 흑임자 인절미를 주문해서 결혼 기념일에는 먹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서운함의 원수가 있었지만, 하나님이 그 재앙에서 건지셔서 지금은 가볍게 우스갯말처럼 얘기를 꺼낼 수 있게 된 걸 기념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이 나의 의지가 되셔서 나를 넓은 곳으로 인도하신 기념을 하고 싶다. 흑임자 인절미를 대접한 남편은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남편이다. 이번 주 부부목장 예배때 흑임자 인절미를 내놓을까 싶기도 하다^^
♡ 서운함의 감정 가운데서도 구원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최고의 남편임을 고백합니다. 흑임자 인절미를 더 이상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사랑하며 기념하겠습니다. 섬김의 자리에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최고의 예물로 기쁜 마음으로 나를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