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니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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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5.17
2007-05-17 창세기 32:13-20 ‘걷다 보니’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어제부터 휴대폰이 자꾸 꺼지는 이유를
요금을 안내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서초역 옆 A/S 센터에 갔다가 배터리와 몸체 사이에 먼지가 잔뜩 끼어
접촉 불량으로 그런 것이었음을 알고 머쓱해하며 주차장으로 갔더니
리프트가 고장 나 고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는 말에 화가 났지만
아침 묵상 덕분에 다음 일정을 보기로 하고 그냥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야곱이 두려워 형에게 바칠 선물을 준비하며 간절히 빈 게
형의 온유한 성품으로의 변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A/S 센터에 가는 내내 내가 성경에서 발견한 가장 좋은 말,
온유의 성품이 성령의 열매로 맺어지기를 빈 덕분에
잠시 동안이나마 온유한 사람으로 변화되었던 모양입니다.
어제 수요 예배 때 만난 형제로부터 명함을 전해 받았습니다.
내 의를 앞세우지 않기 위해 수평적으로 나눈 업무 분장에 따라
전적으로 그 형제에게 맡긴 홍보, 마케팅 분야 업무라서
색깔 하나에도 내 의견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실력과 정성이 바로 느껴집니다.
囊中之錐, 실력은 주머니 속의 송곳 같아서 감추어도 드러나게 마련이고
잉크가 번질까봐 인쇄 후 각 장마다 간지를 끼워 재단한 정성이
보통 명함 한 갑보다 한 배 반 두꺼운 케이스에 담겨 있었습니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지만 빨간 바탕의 노란 글씨,
군대 삼년 달고 다닌 명찰의 색깔-- 피와 땀--겟세마네의 예수님
이런 의미를 떠올리며 최고의 작품에 내가 전한 고마움은
“이거 다 쓰려면 신발 세 켤레는 준비 해야겠는데요”
전화 요금을 내려고 운동도 할 겸 교대역까지 걸었습니다.
걷다보니, 야곱이 거리를 두어 가축 떼를 형에게 보낸 이유가
가축 떼를 한 무리씩 받으며 걷는 중에 형의 화가 풀어지기를
바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습니다.
요금을 내고 돌아와 보니 그 때까지도 리프트는 고쳐지지 않았고
온유를 떠올리며 오늘은 차 없이 걸어 다니기로 마음먹고
다시 오던 길을 돌리니 허리에 땀이 차고, 운동이 제법 됩니다.
서울에서 땅 값이 가장 비싼 동네에서 얼떨결에 시장조사까지..
경쟁 업소가 될 만한 점포 앞을 지날 때 몇 가지 메뉴들이 떠올랐습니다.
케밥-슬라이스 족을 이용한 ‘떡말이’
크레페-밀쌈과 야채를 이용한 ‘떡쌈’
샌드위치-칼칼한 떡볶이 소스를 이용한 ‘포켓 떡’
걷다보니 잔머리 야곱의 마음이 체휼되어
온유를 묵상하고,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걷다보니 아버지께 가는 길이 두려운 길이 아니라
내 의를 죽여 평강으로 거듭나는 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