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온기가 남아 있는 그 십자가 입김으로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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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4.05
2007-04-05 마가복음 15:16~15:32 ‘예수님 온기가 남아 있는 그 십자가 입김으로’
오늘 아침 차 안에서, 말씀을 읽던 아내가 28절이 없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혀서 빼먹었나 보네’.....그냥 웃음이 나왔습니다.
덕분에 어제의 냉전도 풀고 나눔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한 절 한 절 다시 읽어 가는데
21절, 구레네 사람 시몬이 억지로 십자가를 지는 장면에서
‘이건 나네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듭니다.
나는 아내의 말투가 재미있어서 웃은 건데, 웃는 내가 얄미웠던지
아내는 가끔씩 꺼내는 그 말을 또 꺼냅니다.
하필 왜 나를 택했느냐는.....
그런데 오늘은 말씀으로 적용합니다.
왜 나를 선택해서 십자가를 지웠느냐고....
그냥 조용히 지나가게 내버려 두지, 나를 택했느냐고...
첫 직장 인사부에 근무할 때, 사내 500여 명 여직원 중에 첫 눈에 반한 사람
보자마자 데이트 신청했고, 3일 만에 사랑한다 말했고, 3개월 만에 결혼한 사람
그래서 온갖 죄악의 백화점 같은 성격의 남편 십자가를 진 사람
그래서 지금도 하루 13시간을 꼬박 서서 일하는 사람...
사실 우연히 지게 한 것 같지만 나는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일이었습니다.
무학의 어머니를 무시하지 않으려면 학력이 교만하지 않아야 하고
늘 암포젤엠을 달고 사시던 어머니처럼 몸이 약하지 않아야 하며
그러면서도 예쁘고, 화장 안 하는 사람을 찾았는데
아내를 우연히 보았을 때,
그 건물, 아니 태평로 오피스 거리 여직원 중 유일한 맨 얼굴이었고
청바지가 터질 듯한 튼튼한 다리에는 건강미가 넘쳐흘렀고...
인사 기록을 보고 나서야 당시 미녀 농구 선수로 이름을 날리다가 은퇴한,
같은 건물을 쓰는 그룹사의 직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대학 안 나온 것도 흠이 되지 않는다는 속물 근성까지 합세하여
치밀하게 기획하고, 작전 짜서 밀어붙여 성사시킨 일인데
아내는 오늘 본문을 읽으며, 나와의 만남이
우연히 지나다가 끌려들어 십자가 진, 당시 흔한 이름 시몬처럼,
남산에서 누군가 던진 돌에 맞은 김이박씨 중의 한사람이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그 후 나는 다 누리고 산, 세상 기쁨의 그늘에서
믿음도 없이 성품으로 그 모진 세월을 인내하며 살아주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인내가 아닌 자존심과 승부욕으로 버티면서도
아내의 의무, 어미의 자리를 한 번도 소홀히 한 적이 없었기에
지고 산 십자가가 더 무거웠을 겁니다.
내 훈련이 부족하여 아직 되었다함이 없고
내 십자가 지기에도 힘이 부치지만
이제 세상의 십자가 대신 예수님 십자가 안에서
메고 따르라 하신 예수님의 멍에 안에서
한 성령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머리로, 입으로만 지는 십자가가 아니라
예수님 온기가 남아 있는 그 십자가 입김으로
시린 가슴까지는 아니더라도
꽁꽁 언 손이라도 녹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