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작성자명 [정선미]
댓글 0
날짜 2007.04.05
새학교에 부임하여 담임을 5년만에 다시 해 보면서
3월 한달 동안은 헤매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고 가야 되는 줄을 알겠는데
그렇게 대하면 아이들이 날 함부로 대할까봐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훈계하고 야단치면서 한계를 딱 그었던 예전의 교육방식이 자꾸만 끼여들고
아이들이 마음열고 다가오는 모습을 흩트러진 모습으로 인식하는 분위기속에서
학급관리 못하는 무능한 교사로 보일까봐...
잘 대하다가도 여전히 야단치고 벌주고
갈팡질팡 길을 못잡고 헤매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반 36명의 아이들은
사건의 주인공인 이군을 비롯하여
요즘 세대를 반영하는 참 다양한 형태의 아이들이 모여 있죠.
착하고 순진한 아이들, 경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결손 가정의 아이들, 나만 쳐다보고 있는 왕따, 지각, 조퇴, 결석이 잦은 아이들, 선생님께 야무진 입으로 대드는 불만투성이의 아이들...
다른 아이를 돕는 것이 손해라고 분명히 말하는 이기적인 아이들...
참으로 교육 부재라고 할 수 있는 이 현실앞에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이렇게 다양한 아이들이 섞여 있어서 기존에 계시던 교사들이 괜찮은 반을 다 뽑아 가져가고
이렇게 문제 많은 반을 새로 오는 나에게 떠맡겼나...하는 오해가 들 정도였죠..
하나님이 뽑고 뽑아서 저에게 주신 반인데..말이죠.
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품고 가야 한다는 게
제게는 힘든 고난이었습니다.
사건을 겪으면서 마음을 못잡고 있는 이 군을 비롯하여 운동장 조회에 안나오는 아이, 청소를 밥 먹듯 도망가는 아이, 교과 선생님이 무섭다고 수업을 빠지면서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있는 아이, 대변을 본다고 무단으로 집에 가서 수업을 빼먹는 아이..점심 급식때 요구르트를 다른 아이들이 2-3개씩 가져가서 못먹었다고 하소연하는 아이...
잦은 결석, 지각, 결과, 조퇴로 출석부는 날마다 찬란해져 가고...
주님은 이런 아이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라고...하십니다.
야단쳐야 속이 시원하겠는데...참는다는 것,
그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나에게 다가오게 하기 위해
스스로 교사의 장벽을 허물고 그 모습 그대로 봐줘야 한다는 것...
참으로 십자가였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주님이 내가 얼마나 사랑이 없는 지
그런 나 때문에 죽으셔야만 하셨구나..
전국적인 사건을 일으켜서 까지 나를 양육해야만 하셨구나...느껴져서...
눈물이 났습니다.
4월이 시작되면서
아침 조회 시간,
입을 열었습니다.
얘들아
선생님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단다.
3월 한달동안, 오랜만에 담임을 맡아 방향을 못잡고
갈팡질팡 헤매었지.
그러나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선생님은 방향을 잡았단다.
너희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품고 가겠다고...
사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교사는 무능하다고 낙인찍힌단다.
하지만 선생님은 무시받더라도 너희들을 사랑하고 가겠다..
선생님은 너희들 엄마 또래 잖아. 엄마나 마찬가지야..
난 너희들이 이런 말을 하면 알아들을 걸로 생각한다..
콩나물에 물을 주면 물은 다 빠져 나가지만 콩나물은 자라거든~
참, 그런데 너희들의 잘못된 행동들을 알고도 때로는 모른 척하며
보듬고 가기가 무척 힘들구나. 그게 고난이야...선생님이...
너희들만 선생님들한테 상처받는 게 아니라
선생님들도 진심을 몰라주면 상처받거든...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만 있단다.
선생님도 말잘듣고 규칙을 잘지키는 아들도 있지만
규칙을 잘안지켜서 애먹이는 아들도 있거든..
다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거지..내 삶의 결론이야.
내가 하나님께 회개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나가는 거지...
오늘부터 돌아가면서 상담하자.
교사의 본질은 교과를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들 상담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느끼도록 해줘야 하거든..
너희들 형편을 내가 알아야 공감할 수 있잖아...
학원가느라고 바쁘겠지만 방과후에 앞번호부터 두명씩만 남아라.
아이들은 조용한 가운데 자세를 바로 하며 잘 듣습니다.
손톱만 뜯고 있던 아이가 책을 폅니다.
방과후,
늦게 와 지각한 이 군 먼저 부릅니다.
여러 가지 얘기한 후에 손잡고 기도로 마무리 합니다.
“아버지, 이 아이의 상한 마음을 만져 주세요.
들쑥 날쑥 학교에 오가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 아이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담임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직 붙잡고 기도할 뿐입니다.
어려서부터 이렇게 시련을 주시는 것은
이 아이를 사랑해서 쓰시고자 함임을 믿습니다.
이 아이도 교회에 다니는 아버지의 자녀이고
장래 희망이 목사님이니 이렇게 고난을 주심임을 믿습니다.
아버지여, 이 아이를 붙잡아 주시고 학교에 잘 다닐 힘을 주시옵소서....”
함께 기도하니,
날아갈 듯 기쁨이 밀려옵니다.
그후,
날마다 2명씩 상담하며
그 아이가 믿는 아이든 아니든
붙잡고 기도합니다.
아, 주님이 바로 이걸 원하셨구나..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갈지라도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