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에게 만족을 주고자
작성자명 [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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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4.04
어제는 종일 시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송 선생님은 야학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분인데
거기 어머니학생들에게도 한 달에 한 번 시자료를 보내 드립니다.
받는 분이 100명이 넘기 때문에 이것저것 일이 좀 번거롭습니다.
잘 한다고 해도 꼭 실수를 합니다.
장수를 잘못 세어서 부족하다거나 글에 오자가 있다거나 늘 그렇지요.
이번에는 안 틀려야지, 싶어 꼼꼼히 정리했습니다.
자료를 모두 가져다 드리고 5분쯤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송 선생님이 사무실로 오셨습니다.
속으로 ‘또 뭐가 잘못 되었구나’ 싶었지요.
새로 등록하신 분들에게는 속지에 이름을 써드리는데
저는 늘 하던 대로 호칭을 ‘선생님’으로 썼습니다.
4장을 그렇게 쓰다가 그냥 ‘님’으로 써야하지 않을까도 싶었지만
누구는 선생님 으로 쓰고 누구는 님 으로 쓰면 차별이 될 거 같아서
( 님 으로 받는 사람은 서운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똑같이 계속해서 선생님 으로 썼습니다.
이게 걸렸습니다.
어머니학생들에게 ‘선생님’이라고 쓰면 그분들이 부담스러워한다고요.
잘못 썼구나, 생각들 때 당장 고쳐 썼으면 좋았을 텐데
무슨 고집인지 계속해서 ‘선생님’으로 쓴 덕분에 아까운 종이만 몽땅 버렸지요.
새로 복사해서 드려야 했으니까요.
속으로 이게 옳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밀고 나갈 때가 있습니다.
순간 빌라도가 되어서 옳은 길 놔두고 틀린 길로 가는 것이지요.
옳다고 느낄 때 당장 고치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종이 몇 장 버리는 거야 괜찮지만,
사람들 눈치 보면서 아까운 시간을 잃는다면 얼마나 어리석을까요?
사람들 눈치 보면서 소중한 기회를 놓친다면 얼마나 후회스러울까요?
(기도)
비켜설 수 없이
가로막는 벽 앞에서
속으로 통곡하신 주님,
제가 소신을 가지고 살게 하십시오.
눈치 보며
당신을 못 박게 하지 않도록
거듭거듭 저에게
용기를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