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공주, 드디어 비척비척 걸어나오다 1
작성자명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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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3.23
오늘...,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산 자의 하나님에 대해서 이야기 하라고 하십니다.
그것이 빛이 되겠다 하십니다.
그것을 애써 감추고 싶었는데, 나와 주님만 간직한 소중한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좁은 리플안에서 좁은 언어로도 얼마든지 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만
제 착각이었습니다.
저는 무엇인가 두려워 거기에 숨어 있으려 하였습니다.
안나님께 바칩니다.
어려서부터 약골이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뒷 일을 생각못하니
늘 엄마가 걱정하셨다.
내 고향 남쪽바다....
부산 남성여고가 나의 모교이다.
이탈리아 성채마냥 높디 높은 곳에 우뚝 쏟아있던 우리 학교는
바삐 움직이는 항구 도시의 활기를 그대로 흡수하며
그 도시의 꿈을 이어받은 아이들에게 미래를 가르치고 있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선박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즐즐히 정박해 있는 항구를 중심으로
잘 정돈된 콘테이너들의 배열을 보고 있노라면
엄격한 질서의 위엄과 함께
그들을 움직여 가는 노란 차들의 활기찬 움직임들과의 조화가 참으로 경쾌하기까지 하였다.
그 뒤로 무엇이 펼펴져 있었겠는가...?
바다...
바다가 있었다.
출렁이는 바다, 너울대는 바다,
햇볕이 부서져 은빛 출렁이는 바다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날마다 날마다 그 곳을 내려다보고 또 내려다보았다.
가슴을 앓듯이, 무엇이 나를 부르고 있는 듯, 그렇게 보고 또 보았다.
친구들과 거닐며 놀다가도, 청소시간에도,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도, 나는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햇볕이 쨍쨍한 날에도,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에도,
심지어 방학을 했어도
나는 거기에 있는 바다를 보러 학교를 올라갔다.
‘푸른 하늘을 부르며 꿈을 꾸네
소년이여, 신화가 되라“
일본 애니매이션 ‘에반게리온’의 주제가를 흥얼거리며
무언지 모를 아프기까지한 갈망에 가슴을 떨었다.
그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밤에는 부산역을 중심으로
퍼지는 빛들의 향연에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했다.
‘세상의 남은 아름다움을 지켜가는 사람이 되자’고...
그렇게 친구들과 약속했었다.
그래서였을까...?
정말 내 가슴은 남아나질 않고..., 가슴병을 얻고 말았다.
그래도 좋았다.
그것마저 좋았다.
학교마저 1년 쉬게 되었는데도
나는 1평남짓되는 공부방에서 우리 엄마가 사주신 책상위에 달랑 주저앉아
꿈을 꾸고 또 꾸었다.
무엇을 그리 상상했던가?
그때는 몰랐다. 그런 삶을 귀신충만한 삶이라고 한다는 것을....
아빤 내게
육체를 주어 사람이 되게 하셨고
정신을 주어 거듭나게(?) 하셨다.
세상을 손바닥처럼 보게 하셨다.
학교에 한 무리의 깡패가 생겼다고 무서워하니
무서워하는 놈들이 더 나쁜 놈들이라며 또 다른 무리를 지어라고 말씀하셨다.
1년 내내 왜 같은 청바지를 입고 오냐고 묻는 친구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니
3년을 입고 다니면 그것이 나의 멋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가슴병으로 누워있는 나를 보며 엄마가 머리 한 대 쥐어박고 나가버린 날
가슴터져라 울고 있는 나를 남겨둔 채
더 울고 있을 엄마걱정하며 뒤따라 나가시는 분이셨다.
엄마가 죽으면 아빠도 죽어야 한다고 그리 말씀하셨다.
나는 그런 아빠가 너무 좋았고, 따랐고 존경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빠가 또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의 정신적 성장은 멈춰버린 듯 하다...
p.s. 나가봐야 합니다. 뭘 써야 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묵묵히 따라나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