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엣 것...위엣 것
작성자명 [김영순]
댓글 0
날짜 2007.03.06
골 3:1~11
저희 아파트는,
부녀회와 입주자 대표간의 갈등이 아주 심합니다.
그래서 부녀회 대표가,
관리실 방송을 통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입주자 대표에 대해 험담을 하면,
그 다음 날,
성이 난 입주자대표가 부녀회를 비방합니다.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어서,
왜 또 저럴까 하며 그냥 넘겨 버렸는데..
이른 아침에..
용인에 사는 집 주인 아줌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까지 전세로 3년을 살고 있어도,
전화 한통 없던 분들이었는데,
그래서 전세금 올리는 것도,
내가 먼저 전화해 어떻게 하실건지 물어 보았는데..
아주 이른 아침에 전화가 왔기에,
전세금을 조금만 올리더니 집을 빼라는 소리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요즘 부녀회가 입주자들에게 도장 받으러 다니는거 아냐며,
무조건 도장을 찍어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슨 일인지 잘 모르지만 그런 일에는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부녀회가 말하는 것과,
입주자 대표가 말하는 내용이 틀리다면서,
부녀회 사람들이 내가 그 아파트 살 때 친구들이니까,
나쁜 일 아니라며 무조건 찍어 주라고 명령조로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럼 주인댁 이름으로 서명을 하겠다고 했더니,
목소리가 약간 높아지면서,
입주자가 해야 하니까 자기 이름으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집 주인 아줌마의 목소리가 약간 높아지는 것을 느끼며,
그 때서야 지금 저희가 몇천만원 싸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상식 밖의 일이라고 생각한 그 일에 대해,
더 이상 맞서지 못하고,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기분이 나빴습니다.
요즘 세상에 그런 일로 압력을 넣는 집 주인도 웃기고,
저희 아파트가 어떤 일로 그렇게 갈등을 하는지 모르지만,
그런 일로 용인까지 전화를 한 부녀회도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분이 나빴던 것은,
현재 아파트 전세 시세보다 몇천만원 싸게 살고 있다는 약점 때문에,
금방 꼬리를 내린 내 자신이었습니다.
더 이상 맞서지 못한 이유가,
전세 빼라는 소리를 들을까 겁이 났던 것이었습니다.
이 일이 집 주인과 맞설만큼,
위엣 것을 찾는 가치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도장을 짝고, 안 찍고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아파트 사람들이나, 집 주인은,
땅에 속한 사람들이라 땅엣 것을 생각할 수 박에 없습니다.
그런데 잠시나마,
이렇게 싸게 살게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신 것을 잊어버렸던 제 자신이 아쉽습니다.
그 생각이 드는 동시에,
금방 나약해진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아니, 눈만 뜨면,
우리가 선택해야 할,
땅엣 것과, 위엣 것들이 있습니다.
선택할,
생각이 있고,
언어가 있고,
사람이 있고,
장소가 있고,
행위가 있고,
책이 있고,
컴퓨터 싸이트가 있고,
TV채널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
그 선택을 잘해서,
벗어 버릴 것도 잘 벗어 버려서,
위엣 것으로 살아가는 하루 되기 원합니다.
그렇게 감취어진 그 생명을 찾아내어,
위엣 것의 생명을 풍성히 누리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