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도착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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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7.02.21
2007-02-21 요한일서 (1 John) 2:12~2:19 ‘정시도착’
품앗이라는 참 좋은 전통이 있다.
어제 친구 장모 장례식장을 찾은 것도 선친 장례식에 와 준 일에 대한 품앗이였다.
그 곳에서 평소 자주 못 보던 고향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나이가 50이 되니, 전에는 못 보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최근의 2년 가까운 기간에, 몇 번의 부고를 받았는데
선친 장례 때 그 상주가 왔었는지 확인 해보고 다행히(?) 오지 않아
품앗이를 핑계로 가지 않았더니 모처럼 찾은 장례식장에서 본 풍경이 낯설었다.
이생의 자랑, 즉 세상 것들을 자랑할 게 많은 그룹과 없는 그룹으로의 패거리 짓기
그 곳은 술, 고스톱이 금지된 병원이라 문상을 마치고 한 잔씩 하러 갈 때
누가 그렇게 시킨 것도 아닌데, 두 그룹으로 자연스럽게 나뉘어
한 그룹은 차들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한 그룹은 가장 가까운 소박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세상 소속으로 어제의 일을 경험했으면 아마도 집에 돌아와
칼을 갈고, 이런저런 다짐을 하는 내 안의 속물 근성을 보며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텐데
그 충천했던 전투 의지가 사라진 건지, 늦게 아내의 일터로 가는 길이
그저 무덤덤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그 이유를 알았다.
나를 위해 준비하신 주님의 계획 중 하나인 ‘연단’의 성과였다.
그동안 맞은 말씀의 매로 단련된 영적 맷집과 하나님 자녀라는 자존감 덕분에
세상 것으로 인한 열등감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아침에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어제 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기도하면서
모처럼, 아니 혼자 기도할 때 난생 처음으로 소리 내어 기도했고
잘 정리되어 막히지 않고 흐른 내 기도를 들으며
무슨 큰 일 한 것 처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씀을 접하니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치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속에 있지 아니하니’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 좇아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 좇아 온 것이라’
이런 걸 고스톱 용어로 하면 ‘정시도착’이라고 한다.
조금의 오차도 없이 빽어택 라인에서 떠오른 후위 공격수에게
빈 곳을 정확히 보고 때리기 좋게 올려 준 명 세터의 토스처럼
처음으로 소리 내어 기도한 상을 정시도착 시켜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